교황 "가톨릭교회, 다시는 사제 성 추문 은폐하지 않을 것"

입력 2018-12-21 20:15  

교황 "가톨릭교회, 다시는 사제 성 추문 은폐하지 않을 것"
쿠리아 연설서 단호한 입장 밝혀…"성학대 가해자, 자수해 처벌받으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올 한해 전 세계 곳곳에서 불거진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추문이 가톨릭교회를 위기로 몰아간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의 최고 행정조직인 쿠리아 구성원들 앞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2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추기경, 주교 등 쿠리아 고위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탄 연설에서 "교회는 (사제들이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학대 문제를) 다시는 은폐하거나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한 가톨릭교회가 지난날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실수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교회와 사회 전반으로부터 아동 성 학대 문제를 근절하는 기회로 삼을 것도 약속했다.
교황은 "교회 일부 구성원들이 과거에 무책임함과 불신, 훈련과 경험 부족, 영적·인간적인 근시안적 사고 등으로 인해 많은 사례들을 진지하고, 시급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이 혐오스러운 일 앞에서 교회는 앞으로 그런 범죄를 저지른 모든 이들을 심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어 성직자들을 포함해 아동 성 학대를 저지른 사람들은 자수해서 적절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교황은 "미성년자들을 학대한 사람들은 마음을 바꾸고, 자수해서 인간의 심판을 받고, 신의 심판에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의 쿠리아를 상대로 한 성탄 연설에서 쿠리아의 부패와 파벌주의 등을 질타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는 작심하고 아동 성 학대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표명한 것은 세계 주요국에서 가톨릭교회를 뒤흔든 아동 성학대 문제가 교황청 핵심 조직인 쿠리아에까지 불똥이 튄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교황과 교황청 국무원장에 이어 교황청 서열 3위로 평가되던 호주 출신의 조지 펠 재무원장(추기경)은 젊은 시절 본국에서 저지른 아동 성 학대 혐의로 현재 쿠리아에 휴가를 낸 채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황은 아울러, 이날 연설에서 내년 2월 21∼24일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인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의 회의와 관련해 "자정의 길을 추구할 것이라는 교회의 확고한 의지가 다시 한번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올 들어 미국, 호주, 칠레,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들이 과거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추기경 직에서 면직된 미국 출신 시어도어 매캐릭 전 워싱턴 대주교의 성 추문을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며 교황의 퇴위를 요구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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