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헤매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9년여 만에 피의자 구속(종합)

입력 2018-12-21 21:22   수정 2018-12-22 08:38

미궁 헤매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9년여 만에 피의자 구속(종합)
경찰 "다량의 실오라기 범행 간접 증언"…법원 "사안의 중대성·도주 우려" 발부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2009년 2월 제주에서 보육 여교사를 살해한 혐의(강간살해)를 받는 피의자 박모(49)씨가 21일 구속됐다. 사건 발생 9년 10개월여만이다.
제주지법 임대호 부장판사는 이날 박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여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9년여 전 제주 보육교사 살인 피의자 "영장 재청구 불만" / 연합뉴스 (Yonhapnews)
2009년 당시 택시 운전을 했던 박씨는 그해 2월 1일 보육 여교사인 A(당시 27)씨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박씨가 구속됨에 따라 이 사건을 곧바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박씨는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의 질문에 "(강간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필코 아니다. 똑같은 일로 (경찰이) 다시 불러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7개월 전인 지난 5월에도 박씨를 검거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경찰은 피살된 A씨의 윗옷 어깨 부분과 피부조직에서 2∼3㎝ 크기의 작은 옷의 실오라기를 몇 점 발견했다.
경찰은 이 실오라기들을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피의자 박씨가 사건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임을 입증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피의자 박씨에게서도 실오라기를 발견해 증폭 기술로 A씨가 사망 당시 입었던 옷의 종류와 동일한 것임을 확인하게 됐다.
그러나 법원은 5월 18일 연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그 이후 7개월간 박씨의 택시 운전석과 뒷좌석, 차 바닥 등에서 추가로 A씨의 당시 착용 옷과 유사한 다량의 실오라기를 발견했다.
A씨의 가방과 치마, 휴대전화에서도 박씨가 당시 착용한 셔츠와 유사한 실오라기를 발견해 냈다.
경찰 관계자는 "서로의 실오라기가 차와 상대 소지품 등에서 다량 발견된 것은 상호 접촉은 물론 물리적인 다툼 등 범행을 간접 증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증거 증폭 기술은 섬유, 페인트, 토양, 유전자, 쪽지문 등 미세한 증거물을 무한대로 확대해 형태나 재질 종류를 확인, 동일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경찰은 또 사건 발생 당시 CCTV 장면에 대해 추가로 보정작업을 진행, A씨가 탔을 것으로 보이는 영상의 택시가 박씨의 것과 종류와 색깔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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