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보고픈 분희 언니…"정화야, 건강히 있어줘 고마워"

입력 2018-12-22 06:36   수정 2018-12-22 08:57

현정화, 보고픈 분희 언니…"정화야, 건강히 있어줘 고마워"
올해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방북 때 만날 기회 놓쳐
'지바 남북 단일팀 우승' 北언니 이분희, 방남단에 안부 전해



(제주=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현)정화야, 건강하게 있어 줘서 너무 고맙다. 살아있으면 우리가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왕년의 '탁구여왕' 현정화(49) 한국마사회 감독은 이달 중순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파이널스 때 북측 선수단 관계자로부터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남북 단일팀 우승 멤버인 이분희(50) 북한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랜드파이널스에 '남북 단일팀 콤비'로 혼합복식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북한 차효심(24·북한 4·25체육단)과 15일 저녁을 함께한 자리에서였다.
이 자리에 동석한 북측 선수단 관계자가 방남 직전 이분희 서기장이 현정화 감독에게 안부를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현정화 감독은 이분희 서기장을 25년 만에 재회할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지난 9월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현 감독은 분희 언니를 만날 기대에 부풀었다.



현 감독은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5년 넘게 이분희 서기장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감독과 이분희 서기장은 이번에도 길이 엇갈렸다.
방북 마지막 날인 9월 20일 백두산을 깜짝 방문하는 바람에 예정됐던 이분희 서기장과 만남이 불발된 것이다.
현 감독은 "그랜드파이널스 때 방남한 북한 관계자로부터 백두산 방문 당일 (이)분희 언니가 나를 만나려고 대기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갑자기 백두산 방문 일정이 잡혀 오랜만에 볼 기회를 또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남북 핑퐁여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둘은 46일간 합숙 훈련을 거쳐 만리장성을 허무는 '지바 쾌거'를 함께했지만 재회하지 못했다.
현 감독이 2005년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에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했지만 이 서기장을 수소문했어도 끝내 못 만났다.
또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여자대표팀 총감독 자격으로 참가했던 현 감독은 올림픽 직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한 달 후 런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출전한 이 서기장과 재회가 무산됐다.
올해 3월 국내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때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실무책임자인 이 서기장의 방남이 예상됐지만, 이 서기장이 북한의 파견 선수단에서 빠졌다.
현 감독은 "분희 언니 말처럼 건강하게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면서 "2020년 고향인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때 분희 언니를 초청하고 싶다"고 전했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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