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가진 것 없이 미국에 이민 온 후 직장을 잡고 뒤늦게 공부해 판사직까지 오른 여성이 대출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6년 전 '일리노이주의 첫 필리핀계 여성 판사'로 선출돼 기대를 모은 제시카 아롱 오브라이언(51)이 전날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징역 1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에 앞서 오브라이언은 "실수였다. 나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고 있다"며 큰 울음을 터뜨려 재판이 중단되는 소동까지 있었으나,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오브라이언은 10여 년 전 140만 달러(약 16억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작년 4월 기소돼 지난 2월 유죄 평결을 받고, 9월 판사직에서 해임됐다.
그는 일리노이 세무국 변호사 겸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할 당시인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2채의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재융자를 받고 다시 처분하는 과정에서 위조 서류로 대출기관을 속여 최소 32만5천 달러(3억7천만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2012년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 법원 사상 첫 필리핀계 여성 판사가 됐고, 일리노이 여성 법조인 협회에서 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회장을 지냈다.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에서 오브라이언이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고 뻔뻔스러운 범죄를 저질렀다"며 최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오브라이언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기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오브라이언은 같은 법원 내 판사인 남편 브렌든 오브라이언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변호인은 오브라이언이 무일푼으로 미국에 와서 요리 및 레스토랑 경영 분야 학위를 받고 서른이 넘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잃은 오브라이언을 철창에까지 가둘 필요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주장했다.
그러나 토머스 더킨 판사는 "오브라이언은 실수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더킨 판사는 "법조인으로서 법을 준수하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한다"며 다만 오브라이언이 오랫동안 공직에서 일해온 점을 고려해 형량을 1년 1개월로 낮춰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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