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반복되는데 안전관리 '허술'…협력업체에는 '갑질'

입력 2018-12-25 06:01  

추락사 반복되는데 안전관리 '허술'…협력업체에는 '갑질'
발전공기업 비리 백태…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당 청구
납품대금 지연 지급…직무 관련 업체서 향응 받기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전에도 발전공기업에서는 안전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 빈번했다.
일부 발전공기업은 인명사고가 이어지는데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추락사가 반복됐다.
일부 직원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다.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올라온 감사 결과 보고서 등에서 발전공기업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엿볼 수 있다.


◇ 추락사고 끊이지 않는 영흥화력발전소…안전관리 허술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4일 시설물 배관청소 과정에서 근로자가 추락했고 2월 20일에도 설치 공사를 하던 근로자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
또 올해 3월 6일에는 석탄 청소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사고는 높은 곳에 있는 발판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거나 근로자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 것이 추락의 원인으로 추정됐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 데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2006년 1월 굴뚝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추락해 숨졌고 2009년에는 발판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2011년 9월에는 영흥화력발전소 석탄저장고에서 정비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이, 2013년에는 5호기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가 각각 추락사했다.
추락사고가 이어진 것은 허술한 관리와 관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동발전이 2016년 1월∼2017년 6월 이뤄진 영흥화력발전소의 공사를 점검한 결과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발판 등을 떠받치는 구조물인 비계를 설치·해체할 때 작업자가 자격·면허를 보유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비나 기계 정비도 소홀히 했다.
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는 협력회사 측이 작업에 사용하는 이동식 기계·기구, 용접기, 가스절단기, 릴 케이블, 전동 드릴 등을 체크리스트 없이 육안으로만 확인했고 영흥화력발전소는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사망 사고 겪고도 방염복 관리 허술…안전교육일지 허위 작성
한국동서발전은 사망 사고를 겪고 나서도 관련 안전 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위험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수년 전 이 업체가 운영하는 일산화력본부에서 고압차단기 교체 작업 중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동서발전 본사 측은 차단기 조작 중에 감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방염 처리됐거나 난연 재질의 작업복을 입게 하라고 지침을 개정하고 방염복을 구매해 사업소에 배분했다.
하지만 일산화력본부는 방염복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방염복 착용 및 운영 관리' 측면에서 미흡함을 드러나 감사에서 지적받았다.
한국동서발전은 안전교육을 법령에 정해진 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 교육을 했다고 기재한 내용을 점검한 결과 강사 이름, 교육 일자, 교육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이 누락되는 등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것이 16건 적발됐다.
휴가 중인 관리자가 교육했다는 취지로 기록된 것도 포함됐다.
가상 고장 모의 훈련, 유사고장 및 인적실수 방지 교육 등 직무교육에서도 휴가 중인 강사가 교육했다고 기록한 사례가 8건 확인됐다.
유해·위험 업종에서 체계적으로 재해를 막는 활동을 하는 데 쓰도록 규정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허위 청구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도 빈번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점검한 결과 한국중부발전이 2016∼2017년 집행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48억2천800여만원 가운데 14건에서 1천800여만원이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2016∼2017년에 집행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점검한 결과 약 1억3천만원의 허위 청구와 1천150여만원의 중복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협력업체서 향응 받고 거짓말로 돈 뜯기도…납품대금도 늦게 지급
발전공기업이 협력업체에 횡포를 부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국서부발전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약업체에 용역 대금을 석 달 가까이 늦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설비 기능 관련 성능시험을 담당한 A사가 용역을 마치고 올해 4월 대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담당자가 이유 없이 이를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기한을 83일이나 넘겨 대금 2천600여만원을 지급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업무 담당자가 계약업체에 준공대금을 기준일보다 늦게 지급한 사례가 최근 10건 적발됐다.
발전사 측이 평소에 납품·용역업체에 얼마나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는지 엿보게 하는 다른 사례도 있다.
한국서부발전 직원 C씨는 구매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4개 업체에 연락해 '다른 회사에 물품 대금을 내야 하는데 부서예산이 부족하니 대신 내주면 나중에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올해 5∼11월 4천204만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썼다가 적발됐다.
C씨는 다른 사건으로 비위를 저질러 정직 상태였지만 자신이 물품 구매 담당자인 것처럼 피해 업체를 속인 것으로 서부발전 내부조사에서 결론이 났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환경감시 차량 구매 업무 등을 담당한 직원이 올해 초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70여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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