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전 통일된 독일서 남북단일팀으로 독일과 개막전
아직은 서먹서먹…훈련하면서 굳은 표정 풀려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하나 된 민족의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북한 측 선수인 리경송(21)은 취재진의 질문에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던 중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독일과 덴마크에서 열리는 핸드볼 세계남자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남북단일팀은 22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첫 훈련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과 동독으로 갈렸다가 29년 전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 남북 선수들이 단일팀을 이뤄서 하는 훈련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남측 선수단은 전날 밤, 북측 선수단은 이날 아침 예선전을 치르는 베를린에 도착했다. 단일팀은 남측 선수 16명, 북측 선수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오후 4시께 한 체육관에서 처음으로 손발을 맞추는 강행군을 했다.
남측 선수들과 북측 선수들은 서먹서먹해 보였다. 이날 오전 상견례를 하고 식사를 함께했지만, 서먹함을 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1시간 반의 짧은 훈련을 거치면서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섰다.
공 빼앗기 훈련을 하면서 굳어있던 표정이 풀리기 시작하고 웃음소리도 나왔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선수 2명이 둥근 원을 이룬 선수들 속에 들어가 공을 빼앗기 위해 분주히 뛰었다.
몸풀기할 때만 해도 남측 선수와 북측 선수들은 무리가 나뉘었으나, 공 빼앗기 훈련을 하면서 한데 어우러졌다. 말은 안 했지만,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최고참인 남측의 정수영(33·하남시청) "첫 훈련이라 어색한 탓인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같은 언어를 쓰지만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선수는 "하루하루 지나면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선배로서 가르쳐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칭할 때는 마치 이전에도 훈련을 함께 해온 선수들 같았다. 남측 코치의 동작을 북측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했다.
북측 코치는 "스트레칭 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서로를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남측 막내인 강탄(19·한국체대)은 팀 막내를 벗어나게 됐다고 좋아했단다.
북측의 박종건이 한살이 어리단다. 이 두 선수는 훈련이 끝났을 때 공교롭게도 나란히 서 있었다.
조영신 감독은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관심의 대상이 된 남북단일팀을 조화롭게 이끌면서 성적도 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같은 예선 A조에 세계 랭킹 1위 독일과 각각 4, ,5, 6위인 러시아, 프랑스, 세르비아가 속해있다.
목표는 2승이지만, 전패해도 이상하지 않은 조 편성이다.
조 감독은 훈련이 끝난 뒤 북측 선수 4명을 따로 불러 모았다. 조 감독은 "훈련할 때 소리도 크게 지르고 화이팅도 같이 외치자"고 당부했다.
조 감독은 "아직은 서로 어색하고 기량 파악이 안 돼 있어 가벼운 회복훈련으로 진행했다"면서 "3∼4일 정도 북측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고 전술을 짜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단일팀으로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면서 "개인기보다 팀워크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단일팀은 독일에서도 조명을 받고 있다. 남북단일팀은 주최 측인 독일과 내년 1월 10일 개막전을 치른다. 개막전 표는 이미 매진됐다.
개막전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독일과 국제 스포츠계의 저명인사들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