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몰카 사건' 계기로 촉발…안희정 전 지사 사건으로 격화
대통령에 "재기하라" 과격 구호 논란도…6차 시위 끝으로 무기한 연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불법촬영(몰카) 범죄와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의 마지막 시위가 역대 최다 인원 기록을 세우며 마무리됐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 용기'의 제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1만 명이 모였다. 이는 8월 4일 열린 4번째 시위에서 기록한 최대 참가자 7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시위는 '불편한 용기'의 마지막 시위로 관심을 모았다.
'불편한 용기' 운영진은 앞서 인터넷 카페에 '불편한 용기의 시위는 6차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연기합니다'라는 제목의 공지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운영진은 "우리는 불편한 용기가 처음 출범했던 지난 5월부터, 6차(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까지 진보·보수 진영 할 것 없이 남성 권력의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받아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운영진은 여성이 말하는 여성 의제가 곡해되지 않고 진의를 전달하며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이에 따라 약 7개월간 쉴 새 없이 달려온 불편한 용기는 6차를 마지막으로 다음 시위를 잠정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6차 시위가 종료된 이후, 스스로 발자취를 돌이켜보며 어떠한 백래시(반발)가 밀려오고 있는지 고찰하는 동시에 더 거세질 백래시에 한국사회가 잡아먹히지 않도록 다각도로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시작돼 '혜화역 시위'로도 불렸던 '불편한 용기' 시위는 총 6차례 열렸다.
5월 19일 열린 '불편한 용기'의 첫 시위는 '홍익대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같은 달 1일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오고 이를 조롱·비하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 동료 여성모델 안모(25·여)씨의 범행을 밝혀내 그달 12일 그를 구속했다.
'불편한 용기'는 다른 대다수 몰카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빠르게 범인을 잡았다며 경찰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혐의 무죄 선고를 계기로 격화됐다. 참여 인원도 2차(6월 9일) 4만5천명, 3차(7월 7일) 6만명, 4차(8월 4일) 7만명으로 늘었다. 10월 6일 열린 5차 시위에도 6만명이 모인 것으로 주최 측은 집계했다.
특히 혜화역에서 열린 3차 집회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구호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를 외쳤다. '재기하다'는 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 퍼포먼스를 펼쳤다가 사고로 숨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빗대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의미로 쓰이는 온라인상 비속어다.
이 때문에 3차 시위는 문 대통령 지지층은 물론 일부 여성학자들에게까지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4차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7만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모였음에도 과격 구호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시위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6차 시위에서는 '웹하드 카르텔'로 불리는 불법촬영물 유통 구조를 비판하는 내용도 구호와 성명에 포함됐다.
10월 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수사 대상이 됐고, 수사 과정에서 양 회장이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한 불법 음란물 수만 건을 유포한 혐의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참가자들은 '유작마케팅 웹하드사 양진호', '여자 팔아 쌓아 올린 IT 강국' 등 구호를 외치며 불법촬영물 유통 행위를 규탄했다.
이번 시위를 마지막으로 '불편한 용기' 주도 집회는 무기한 연기된다.
'불편한 용기' 운영진은 공지글에서 "비록 22일을 기점으로 불편한 용기의 이름 앞에 자매님들을 만날 수 없지만,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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