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빚이 500조원을 넘었다. 다중채무자 6명 가운데 1명은 소득기반이 약한 청년·노년층이어서 연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여기에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내년에는 우리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 다중채무자 등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위기가 발생하고 자칫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최운열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9월 말 현재 500조2천900억 원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말 전체 가계부채(1천514조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의 빚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은 것도 문제지만, 일반 대출자의 빚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13년 말과 올해 9월 사이에 일반 채무자의 빚은 46.5% 늘어난 반면 다중채무자의 빚은 55.8% 증가했다. 이 기간 다중채무자의 수는 481만명에서 422만명으로 약간 줄었다. 다중채무자들이 빚을 줄이지 못하고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새 빚을 얻어 다른 빚을 메우는 '돌려막기'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가계부채는 1천5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이미 오래전에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인 다중채무자 문제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들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으로 제1 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일반 대출자보다 훨씬 높은 연리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에 기대야 한다. 그나마 소득이 있을 때는 조금씩이라도 대출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거나 폐업을 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지금의 고용시장 불안정이 다중채무자들의 연체율을 높여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할 소지가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은 철저한 상환관리가 필요하다. 11월 국내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는 오름 추세다. 금리 오름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빚을 진 사람, 특히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금리부담을 줄여주는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되, 대출 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증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상시적인 소득은 있지만, 액수가 적어 대출금 상환에 한계가 있다면 보다 탄력적으로 채무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도덕적 해이의 빌미가 되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금융기관들도 연체 가능성을 무시한 채 코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마구잡이 고금리 대출을 자제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계소득이 가계부채보다 빨리 늘어나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대로 내년에는 경제활력 살리기에 매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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