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우리는 '몰카' 불안 호소에 충분히 귀기울이고 있나

입력 2018-12-23 13:14  

[연합시론] 우리는 '몰카' 불안 호소에 충분히 귀기울이고 있나

(서울=연합뉴스) 불법촬영(몰카) 범죄와 여성 차별적으로 인식된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불편한 용기' 시위에 주최 측 추산으로 11만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지난 5월 처음 열린 이 시위는 올해 모두 6번 열렸고, 거의 매번 수 만명이 참석했다. 몰카 범죄로 인한 여성의 불안과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또 수많은 여성의 외침에 우리 사회가 합당한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국내에서는 시간당 3.4건, 하루 평균 80건 이상의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의 86%는 여성이었다. 한국은 비교적 치안이 양호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그렇지만 이런 통계는 우리 사회가 결코 여성들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님을 확인시킨다. 이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 중 강간은 줄고, 강제추행, 몰카 등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몰카 불안의 근거가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성범죄물로 인한 문제에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몰카 영상을 포함해 디지털성범죄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는 만큼 빠르게 대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성범죄물의 전파 및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유포 초기 24시간 이내에 신속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련 당국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하면 그러한 대응 체계를 언제나 갖출 수 있을까 싶다. 정부는 지난해 범부처 차원의 디지털성범죄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당국의 대응은 주로 보여주기식 단속, 불법 촬영물 삭제에 그쳤고,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은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편한 용기' 시위를 촉발한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한 남녀 대결 의식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됐다. 하늘 아래 절반은 남성, 절반은 여성이다. 남성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딸들이 여성이다. 남녀 대결·증오·혐오 의식이나 감정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 남녀를 막론하고 특정 성이 차별받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 여성들의 몰카 불안을 이해하고, 해소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풀 수 있겠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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