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세상을 바꾸다] ②성차별 철폐 한목소리…극단 혐오 여전

입력 2018-12-25 07:01  

[미투, 세상을 바꾸다] ②성차별 철폐 한목소리…극단 혐오 여전
편파수사 규탄 '불편한 용기' 시위에 "36만명 운집"…정치권에 영향
백래시·성대결 양상도…인권위, 혐오·차별에 적극 대응키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황재하 기자 = 올 한해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한 가운데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억압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사회의 전면에 터져 나왔다.
이른바 '불편한 용기'라는 이 시위는 기성 시민단체가 주도하지 않은 여성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시위는 6차례나 거듭되면서 여성 안전에 관해 경찰은 물론 정치권까지 움직이는 데 이르렀다.
하지만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저장소와 여성 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를 중심으로 벌어진 양성 간의 증오와 대립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표출되면서 성 대결 양상으로 이어졌다.
여성 혐오로 대변되는 혐오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난민, 노인 등을 향해 지속돼 온 혐오, 차별에 한국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불법촬영·편파 수사' 논란에 여성들 거리로…정부 간담회까지
올 한해 광장을 채운 수많은 집회와 시위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것은 단연 불법촬영(몰카)과 이를 둘러싼 '편파 수사·재판'을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였다.
이 시위는 올해 5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와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휴식 시간 중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린 사건에서 비롯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모델 안 모(25) 씨의 범행을 확인해 구속하자 일부 커뮤니티와 여성 단체는 '여성이 피해자일 때보다 (남성이 피해자여서)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몰카 피의자를 이례적으로 구속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크로키 수업에 있던 이들로 한정된 사건 특성상 피의자를 비교적 빨리 검거했으며 구속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으나 '성 편파 수사'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5월 19일 혜화역 근처에서 여성 1만2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이는 시위로 이어졌다.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시위 중 유례없는 규모였다. 이들은 이후 스스로를 '불편한 용기'로 지칭하고 시위를 계속해 나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들의 시위에는 2차(6월 9일) 4만5천 명, 3차(7월 7일) 6만 명, 4차(8월 4일) 7만 명, 5차(10월 6일) 6만 명, 6차(12월 22일) 11만 명이 참가했다. 6차례에 걸쳐 총 36만 명가량이 참가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비록 참가자 수는 주최 측 계산이며 경찰이 추산한 것보다 훨씬 많게 집계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매번 만 명 단위의 참가자가 모이면서 소수의 목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불편한 용기' 운영진은 7월과 10월 두 차례 간담회를 갖고 법무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요구안을 전달했으며 일부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최 측의 말처럼 이들의 시위가 실제 사회 변화를 견인하는 단계까지 도달한 것이다.



◇ 여성 시위 바라보는 '불편한 심기'가 '백래시'로
미투가 여성 운동으로 크게 번지자 이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미투가 성폭력 근절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여성을 배제하는 분위기로 이어진 '펜스 룰'이 그 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자기방어 원칙으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한 인터뷰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펜스 룰을 본래의 뜻과 달리 직장 내 회식·출장 등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가 여성단체들은 총여학생회가 폐지의 벼랑 끝에 몰린 것도 백래시로 규정한다.
서울 시내 여러 학교에서 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자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의 학내 여성 단체들은 "올해 여성주의 운동이 다시 한번 본격화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반동으로 백래시 역시 심화했고 대학가에서는 이를 총여의 폐지라는 형태로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성차별 철폐' 목소리 너머로 디시인사이드, 일베나 메갈리아, 워마드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양성 간 서로를 비방하는 표현이 난무했다.
서로를 향한 적대적 감정은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남성과 여성 일행이 주점에서 벌인 '이수역 폭행 사건'이 그 예다.
양쪽 당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성별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사건 실체와 별개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커졌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난민과 장애인, 성 소수자, 노인 등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이 곳곳으로 퍼졌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백래시로 인한 여성 혐오 표현도 이 같은 현상의 일부를 차지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약자 혐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올해 성차별시정팀을 새로 꾸린 데 이어 혐오·차별·배제 전담 부서도 설치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이 전담위원회를 통해 혐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2020년 차별금지법 제정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oho@yna.co.kr,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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