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의인열전] ④헬멧 녹인 불구덩이 뛰어든 '홍천 火벤저스'

입력 2018-12-25 10:05   수정 2018-12-25 14:30

[2018의인열전] ④헬멧 녹인 불구덩이 뛰어든 '홍천 火벤저스'
3세아 품고 나온 진정한 영웅…2개월 지난 뺨엔 아직도 햇빛차단 밴드
"아이가 따뜻한 사람으로 크고, 하루빨리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되길"



(홍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불길 속으로 들어가자고 했을 때 이견 없이 다 같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팀워크라고 생각해요. 친구 같은 아버지로, 형 같은 팀장으로 지내온 데서 나온 팀워크가 아니었을까요."
'집 안에 세 살 아이가 있다'는 무전을 들으며 도착한 화재 현장. 화염이 문밖으로 치솟는 그곳에서 6명의 소방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불 위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보조 마스크를 씌워 데리고 나왔다.
이들의 헬멧은 녹아내려 새카매지고, 뺨은 화염에 그슬려 부풀어 올라 있었다.
지난 10월 28일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아이를 구한 홍천소방서 소방관들 이야기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국민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새카맣게 녹아버린 헬멧과 모든 게 잿더미가 되어버린 사진은 긴박한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몸을 아끼지 않은 이들의 희생정신은 '언제, 어디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줬다.
'火벤저스'라는 이름이 붙은 6인의 소방관들은 이 일로 불길 속보다 더 뜨거운 칭찬과 격려, 사랑을 받았다.
한 시민은 치킨과 피자를 한가득 선물했다. 여고생들은 단체로 편지를 보냈다.
이에 뒤질세라 견학 온 어린이집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소방관님! 감사합니다. 다치지 마세요!'라고 적은 커피를 수줍게 건넸다.
시민들은 '멋진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꽃바구니와 함께 소방관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소방관 봉제 인형까지 보내왔다.



"다 같이 모여 편지 답장도 썼어요. 대충 쓸 수가 없어서 꽤 고민했습니다", "그래놓고 형은 두 장씩 썼잖아요∼"
대원들은 그날의 기억과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떠올리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소방서에서 불과 5분 거리인 데다 생활민원 출동이 많아서 그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대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화재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불이 났던 빌라를 지날 때마다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아프진 않은지, 기부금은 잘 전해졌는지 궁금하죠. 그리고 워낙 많은 분이 연락해주셔서 고맙고, 동료 소방관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들이 구했던 세 살 아이와 아이의 부모는 퇴원한 뒤 홍천소방서를 찾았다고 한다.대원들이 보여준 사진 속에서 아이는 행복한 얼굴로 소방차에 오르고, 대원들의 품에 안겨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원들은 가끔은 아이 엄마와 통화도 하고, 메시지도 주고받는다.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은 박동천 소방장은 '부상 부위는 다 나았느냐'는 물음에 멋쩍은 듯 뺨을 어루만졌다. 치료는 다 끝났으나 그의 뺨에는 햇빛 차단용 밴드가 아직 붙어 있었다.
뺨이 타들어 가는 불길 속에서도 호스를 놓지 않았던 그의 헬멧을 만지자 그을음이 묻어 나왔다. 소방관의 희생정신과 그들이 짊어진 책임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헬멧을 홍천소방서는 고이 보관하고 있다.
이들은 이야기 내내 "꿋꿋이 살아남은 아이가 따뜻한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의 부모도 트라우마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이야기를 꺼냈다.
"안전이라는 게 지역에 따라 격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루빨리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돼서 모든 국민이 소방안전 서비스 격차 없는 안전한 세상에서 사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각박한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은 '세금도 아깝지 않은 소방관들'. 그들은 오늘도 어디선가 무거운 공기통을 메고 안전을 위해 묵묵히 달려간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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