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예산 등 깎자 간부 공무원 집단 반발…군의회는 맞불 기자회견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독선 행정 지나치다" vs "의회 운영에 감정이 섞였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줄곧 대립각을 세우던 충북 보은군과 보은군의회가 내년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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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회가 행정 소식지 발간과 스포츠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두고 군청 간부 공무원들이 집단 반발했고, 의회가 다시 맞불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김응선 의장 등 군의원들은 26일 기자회견을 해 "군수가 의회 고유 기능인 예산심의와 관련해 공무원을 동원한 여론몰이를 한다"며 "여론 선동을 중단하고 공개토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군수 홍보지를 계속 발행해야 하느냐"고 소식지 발간 예산 삭감의 정당성을 피력한 뒤 의회는 효율적이지 못한 예산을 삭감할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회견 도중 정상혁 군수의 불통 행정을 지적하면서 "동토의 땅 보은에 언제쯤 진정한 자유의 봄이 오겠냐"는 뼈있는 말도 했다.
군의회는 지난 18일 군이 제출한 3천876억원의 내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29건의 사업비 27억6천만원을 삭감했다.
삭감액 중에는 군이 매달 펴내는 '대추 고을 소식' 발행 비용 8천892만원과 편집위원 관외 취재비 144만원도 포함됐다.
의원들은 이 소식지가 행정 정보 전달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 군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는 점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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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군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여론전에 돌입했다.
군청의 4·5급 간부 공무원 27명도 지난 24일 대(對) 군민 호소문을 내 "의회에서 조례에 정해진 소식지 발행을 막아 행정과 주민의 연결고리를 끊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조례에 근거를 뒀고,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빠짐없이 펴내는 소식지를 펴내지 못하게 한 것은 의회의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군이 전략산업으로 밀고 있는 스포츠 분야 예산이 뭉텅이로 잘려나간 것도 논란이다.
의회는 군이 요청한 야구장 건립비 1억1천500만원과 육상·사격팀 운영비 2억원, 속리산 꼬부랑길 알몸 마라톤 행사비 3천만원 등 7건의 스포츠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군수 배 볼링대회와 단풍마라톤 행사비도 50%씩 깎았다.
군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한 해 308개 팀 5만명이 넘는 전지훈련 선수단을 끌어들이고, 50여종의 전국 규모 스포츠 경기를 유치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의회는 군이 제시한 통계를 신뢰할 수 없고, 새로 기획한 알몸 마라톤 등은 경제효과가 떨어진다며 예산서에 칼을 들이댔다.
앞서 의회는 지난 10월 군이 행정조직 개편에 따른 공무원 인사를 두고 "의회 승인절차를 무시했다"며 2개월 가까이 의사일정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군과 의회가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되풀이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방선거 당시 민의를 떠받들겠다던 약속을 곱씹어보기 바란다"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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