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후 첫대면서 돌파구 못찾은 韓日…'소통'의사는 확인

입력 2018-12-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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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판결후 첫대면서 돌파구 못찾은 韓日…'소통'의사는 확인
10월 대법 판결後 첫 국장급 협의…이견 못 좁힌 채 "악영향 최소화 노력"
'레이더 갈등' 관련 서로 유감 표명…국방 당국간 협의 계속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한국과 일본이 지난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처음으로 대면 협의를 진행했지만, 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해군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비춘 사안과 관련, 양측이 서로 유감을 표명하는 등 그렇지 않아도 냉각된 한일관계에 풀어야 할 과제가 더 쌓인 듯한 분위기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판결 및 레이더 가동을 둘러싼 갈등 등을 논의했다.
지난 10월 30일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정부 당국자가 마주 앉아 의견을 교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당초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한일 간에 '레이더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 또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측은 '레이더 갈등'과 관련, 상대방을 향해 유감을 표명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나스기 국장은 협의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나 "(레이더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에) 재차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NHK 방송이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조난한 북한 어선 수색 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과 관련, 자국의 해상초계기에 한국 함정이 공격용 레이더를 여러 차례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본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이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자기들의 입장을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인도주의적 구조를 위해 정상적인 작전 활동을 한 것이며, 일본 측이 위협을 느낄만한 어떠한 조치도 없었고"(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합참 관계자)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다.
사실관계를 놓고 양측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으로, 양국은 앞으로 국방 당국 간 협의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됐지만 역시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 모두 이 문제로 양국관계가 훼손되는 상황은 원하지 않음을 재확인, 일본 측이 최근 '한국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다소 진정되는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길 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이 문제가 한일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양국 외교당국 간 소통을 긴밀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사 문제로 인한 제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 분위기와 관련, "상당히 진지한 자세로 협의에 응했다"면서 "일본 측도 한일관계를 잘 운영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우리 측이 내놓을 입장에 따라 갈등이 다시 치솟을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11월 초부터 이낙연 총리 주재로 외교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법제처 등이 참여하는 차관급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어떤 조치가 나올지는 불투명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분명히 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데, 일본은 '일본 기업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배상 판결의 피고인 일본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는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변수다.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 문제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대리인단·지원단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신일철주금이 현재까지 협의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곧 한국 내 신일철주금에 대한 압류 집행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달 4일 일본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에 대법원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 이행방법 등에 대해 24일 오후 5시까지 답변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다만 대리인단은 이날 피고 측 답변이 없었음에도 "한일 당국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므로 외교적 교섭 상황도 고려해 집행 일자를 결정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집행에 들어갈 경우에 대한 일본 측 입장 표명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상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해 관련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65년 청구권 협정에 위배된다"며 일본 기업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강제집행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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