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외교당국이 지난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대면 협의를 진행했지만 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북한 어선 구조작업 도중 우리 군함의 레이더 방향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한 것과 관련해 서로 유감을 표명하며 갈등 국면이 계속됐다. 다만 양측이 갈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며 한일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한 소통을 긴밀히 하기로 한 것은 성과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일본 측도 한일관계를 잘 운영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더는 양국관계 악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일 간에는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 정도의 분위기가 존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했지만 별도의 정상회담조차 가지지 않았다. 양국관계 회복은 경제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 등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여러 갈등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상태에서 관계회복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양측은 차분하게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서울 협의를 통해 양국이 긴밀한 소통에 공감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조난한 북한 어선 수색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과 관련해 양국 간 논란은 사실관계부터 엇갈리며 평행선이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 압류 집행 절차 이후 일본의 반발 정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따라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개최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양국이 냉정하고 절제된 자세 속에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26일로 집권 6년을 맞는 아베 총리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고 지지세력 결집 등을 위해 한일관계 악화를 이용하고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이 레이더 논란이나 강제배상 문제에 과잉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더는 갈등을 확산하고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별도로 미래지향적 협력동반자 관계발전 노력을 펼치는 '투트랙'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말로 달성할 수 없다. 양국이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갖고 관계회복을 위한 돌파구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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