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 굴뚝은 세상 가장 낮은 곳"…파인텍 농성장서 성탄 기도회(종합)

입력 2018-12-25 18:07  

"75m 굴뚝은 세상 가장 낮은 곳"…파인텍 농성장서 성탄 기도회(종합)
성탄절이 고공농성 시작한 지 409일...역대 최장 기록
의료진 "건강 상태 극도로 악화" 우려…노동계 '희망버스 운동' 제안
종교계 노동관련 기구, 김세권 대표 만나 조속한 문제해결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 이곳 굴뚝은 75m 높은 곳에 있지만 예수님 계신 구유처럼 가장 낮은 곳입니다. 하나님의 나라, 노동해방의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의 고공농성장에는 찬송가와 노동가가 울려 퍼졌다.
농성장 인근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성탄 트리에는 "빨리 지상에서 만나요", "노동자가 희망이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적혔다.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이곳 굴뚝에 올라가 농성 중이다. 25일로 고공농성을 벌인지 409일째를 맞는다.
이들의 농성은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이들의 고공농성은 차 지회장의 기록을 넘어 역대 최장 기간 고공농성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최규진 의사,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심희준 한의사는 굴뚝에 올라 농성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또 나승구 신부와 이동환 목사도 함께 굴뚝에 올라 농성자들을 위로하고 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 20분께 굴뚝에 오른 의료진과 종교인들은 건강검진과 기도회를 마친 뒤 오후 4시 40분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농성자들은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힘든 폭 80㎝의 철제 통로에서 침낭과 방한복 그리고 핫팩에 의존한 채 칼바람을 견디고 있다. 몸을 제대로 누울 공간이 없어 웅크린 채 잠을 자는 형편이다.

동료 노동자들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간단한 식사와 식수를 밧줄에 매달아 굴뚝 위로 올려보내고 있다. 식사를 마친 뒤 빈 통을 내려보낼 때 용변을 담은 통을 내려보내는 열악한 상황에서 농성자들은 409일을 견뎌냈다.
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 최규진 의사는 "정말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아니다. 건강 유지라는 말 자체가 적용될 수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409일 버텼는지 의학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농성자들은 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심장 징후도 좋지 않고 혈당도, 혈압도 너무 낮다"며 "저 상황에서 농성자들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의료진으로서 너무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향후 투쟁계획도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올해가 가기 전에 농성자들이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스타플렉스(파인텍) 희망버스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과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와 관련한 크레인 고공농성 당시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희망버스'라는 사회적 연대 운동을 했다"며 "그 힘으로 조남호 회장은 청문회에 섰고 대국민 사과도 하고 해고자 전원이 복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는 29일 '노동인권 사수의 날' 행사를 열고 스타플렉스의 해외 거래처에 농성자들의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종교계 노동 관련 기구들은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와 면담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4시 김 대표를 만나 조속하고 원만한 사태 해결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황이 어렵지만 사태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 노동자들을 만나 대화할 용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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