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DB 원주 홈 경기서 은퇴식…"체육관에 등 번호 새겨져 뿌듯"
(원주=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5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 김주성의 은퇴식에서 진행자는 김주성에게 3점 슛을 요청했다.
선수 시절에도 슈터는 아니었던 데다 한동안 코트를 떠나 있던 김주성이 처음 던진 공은 림에 맞지도 않았다.
김주성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재킷을 벗었고 그 후에도 공이 림을 빗나갈 때마다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다행히 셔츠 단추가 많이 풀려나가기 전에 김주성의 3점 슛은 림을 통과했다.
은퇴식 후 기자들과 만난 김주성은 팬들에게 웃음을 줬던 이날의 깜짝 3점 슛 도전을 돌아보며 "선수 시절 좀 더 팬들에게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새삼스럽게 후회했다.
김주성은 "선수 시절 세리머니를 잘 못 했다. 블록슛 1천 개 돌파했을 때에도 원정 경기라 많이 웃지 못했다"며 "다음 경기를 위해서 내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했는데 그게 아쉽다"고 돌아봤다.
늘 다음 경기를 생각하느라 좀 더 경기를 즐기지 못했던 것이 은퇴 후에야 아쉬웠다는 김주성은 이날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셔츠 단추를 풀었다"고 웃었다.
그는 "더 많이 팬들에게 다가가야 했다. 지금 후배들은 잘 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 김주성의 아쉬움은 지도자 김주성이 풀어줄 수도 있다.
지난 3월 원주 DB의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김주성은 현재 미국에서 4개월째 지도자 연수 중이다. 1년 예정이라 아직 공부가 많이 남았다.
학창 시절부터 20년 넘게 운동만 하다가 하루아침에 코트를 떠났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잘 쉬고 있다"며 웃었다.
그래도 이날 오랜만에 경기를 보면서 "일상에선 긴장감을 느끼는 순간이 잘 없다 보니 들어가서 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도자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기대감도 크다는 김주성은 지도자가 되면 선수들이 더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주성은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갈지 확신이 잡히지 않았다"며 "선수 시절 겪었던 감독님들을 생각하면서 어떤 장점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지도자로 가야 할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지도자 도전을 앞둔 김주성에서 "이름부터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조언했는데 김주성은 "선수로서 제가 이름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요?"라며 웃었다.
김주성은 "선수 시절에도 후배들이나 벤치 선수들에게도 목소리를 내라고 얘기했다. 충분히 이름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감독의 조언을 깊이 새겼다.
16년간 원주를 연고로 뛰었던 김주성은 이날 원주 팬들에게 뜨거운 인사를 받으며 정든 코트를 떠났다.
그의 등 번호 32번이 적힌 유니폼은 허재의 9번 유니폼과 함께 원주종합체육관 한쪽에 남게 된다.
김주성은 "유니폼을 보면서 뭉클했다.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광스럽게 이 체육관에 영원히 남을 번호로 새겨져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주성이 보는 앞에서 원주 DB는 전주 KCC를 꺾고 4연승을 달렸다.
김주성은 "(윤)호영이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김)태홍이도 잘 해주고 있다. 시합을 챙겨보진 못하지만 DB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친구들이 어떻게 훈련했구나 짐작이 간다"며 DB에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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