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시 추위성약교회 신자들, 구금된 목사와 신자 석방 요구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정부가 크리스마스(성탄절)를 앞두고 당국의 공인을 받지 않은 개신교 '지하교회'(일명 가정교회)를 대상으로 교회를 강제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탄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개신교회의 신자들은 당국의 탄압에도 비밀 장소에서 성탄절 예배를 하는 등 신앙을 지키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시에 거주하는 구바오뤄(31·곡물 판매업자) 씨는 올해 성탄절에 추위성약교회(秋雨聖約敎會·Early Rain Covenant Church)에서 예배하는 것을 몇달 전부터 기다려 왔다.
2008년 설립된 추위성약교회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지하교회 가운데 한 곳이다.
그러나 추위성약교회는 이달 초 당국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다. 중국 공안 당국은 지난 추위성약교회를 급습해 왕이(王怡) 목사를 비롯해 신자 100여 명을 체포했다.
왕이 목사와 그의 아내에게는 국가전복 선동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 공안은 교회와 이 교회가 운영하던 강좌도 폐쇄했다.
공안은 추위성약교회에 위치했던 건물 23층에 지방 정부의 사무실 건물로 바뀌었다는 표시를 내걸었다.
하지만 추위성약교회 신자들의 성탄절 비밀 예배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구 씨는 성탄 전야에 비밀 예배 장소인 친구의 집으로 가서 함께 예배했다.
그는 찬송가를 부르고, 아직 구금 상태에 있는 왕이 목사와 20여명의 신자를 위해 기도를 했다.
구 씨와 그의 동료 신자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당국의 감시를 피하고 있다.
구 씨는 "우리는 당국의 억압 때문에 우리의 신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부터 이 교회에 다니고 있는 리수앙더(교사) 씨도 "우리는 지하로 (교회를) 옮겼다"면서 신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교회의 신도들은 교회 폐쇄 이후에도 교회 인근 강둑 등에서 예배를 계속하면서 왕이 목사 부부를 비롯한 구금된 신도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왕이 목사는 구금된 후 미리 쓴 메시지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교회에 대해 탄압은 매우 잔인한 범죄"라면서 "교회의 목사로서 나는 그런 범죄들을 엄중히, 공개적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012년 집권 후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을 함에 따라 중국의 지하교회 신자들은 이처럼 비밀 장소에서 성탄절 예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 15일에는 광둥(廣東)성 성도인 광저우(廣州)시의 유명한 지하교회인 룽구이리 교회를 '불법 집회 및 모금' 혐의를 적용해 강제 폐쇄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베이징(北京) 최대의 지하교회인 시온(錫安)교회를 강제 폐쇄한 바 있다.
시 주석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비공인 지하교회들이 공산당의 통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종교를 당의 지배하에 두려는 이른바 '종교의 중국화' 사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종교의 중국화를 목표로 하는 '종교사무조례'를 지난 2월부터 시행하면서 종교에 대한 개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기독교 중국화 5개년 계획'을 결의하기도 했다.
개신교의 경우 중국 정부는 관영 '삼자(三自) 애국교회'만을 공인하지만, 중국 전역에 '가정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교회가 있다.
가톨릭의 경우도 중국 정부는 천주교 애국회 소속 교회만을 공인하지만, 로마 교황청을 따르는 수많은 지하교회 신도들이 존재한다.
중국 당국은 교황청과 중국 내 주교 임명권 문제를 둘러싼 협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지하교회에 대한 폐쇄 조처를 하고 있다.
중국에는 약 6천만명가량이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당국의 공인을 받은 삼자 애국교회나 천주교 애국회 소속이지만 나머지 절반가량은 지하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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