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개선·신분보장 요구"…10년째 비정규직, 월급 150만원대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 한국 교직원은 급식실에서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고, 다문화언어강사는 자기 돈을 내고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마음이 울컥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문화언어강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등을 수년째 요구해 오고 있는 일본인 출신 서울시다문화언어강사연합회 회장 기다야스꼬씨(55)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1995년 한국으로 시집와 딸·아들 2명씩 4남매를 낳고 다복하게 살고 있지만, 학교에만 출근하면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맘이 아프다고 한다.
"다문화언어강사 대부분은 결혼이주여성으로 그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 성인으로 성장해 군대에도 갔다"며 "그런데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자녀수당과 급식비 등 수당을 받지 못하고, 매년 재계약을 통해 근무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다문화언어강사는 어떤 사람들인가?
▲ 2009년 교육부의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지원 정책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이 모국 교원자격증 소지자와 일정 자격 기준을 구비한 이주민 가운데 한국어가 가능한 이주민을 대상으로 다문화언어강사를 선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80여명을 뽑았다.
서울시 다문화언어강사의 경우 서울교대에서 900시간의 연수를 받고 다문화언어강사가 필요한 학교에 배정돼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대부분이고 귀화해 한국인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 학교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 다문화학생의 한국어 및 모국어 교육, 중도입국 학생 통·번역, 다문화이해 교육, 방과 후 언어 부진아 교육, 다문화가정 학부모 교육 및 상담 등을 한다. 수업 시수는 주 22시간이다.
또 지역 다문화행사와 주민 상담, 통·번역 등 교외 업무도 시수에 상관없이 맡아서 한다. 업무량이 많은 편이다.
--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데…
▲ 다문화언어강사는 학교 실무사, 스포츠강사 등이 다 받는 장기수당, 자녀수당, 교통비, 급식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밖에 볼 수 없다.
스포츠강사는 주 21시간 수업을 하고 다문화언어강사는 주 22시간 수업을 한다.
또 다문화언어강사는 교사들 심화연수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일반교사와 같은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꾸준히 배우고 싶을 뿐이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는데…
▲ 다문화언어강사 대부분이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해마다 재계약 문제로 가슴을 졸여야 하는 비정규직이다. 교육청에서는 다문화언어강사 사업이 한시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이 어렵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이의를 제기하면 타 시·도 교육청 소속 다문화언어강사보다 나은 편이라고 얘기하면서 '계약 조건이 싫으면 하지 마세요' 식으로 말을 한다.
다문화학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왜 이 사업이 한시적이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월급도 10년째 150만원대로 거의 최저 임금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다문화학생 교육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계획은?
▲ 자식들 앞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몇 년 전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다문화언어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
조만간 경기도 등 다른 지역 강사들과 연대해 건의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고 한국교육의 중심지이다. 타 시·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다문화학생의 엄마를 차별하면서 다문화학생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
다문화언어강사는 한국으로 이주해 수십 년째 살고 있고, 앞으로도 한국에 정착해 살아야 한다. 차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형제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j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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