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에도 치열한 생업전선…추위 맞서는 노동자들

입력 2018-12-27 14:05  

세밑 한파에도 치열한 생업전선…추위 맞서는 노동자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황재하 이효석 기자 = 2018년을 불과 나흘 남긴 27일. 세밑 한파가 몰아닥친 날에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신축건물 공사장에서는 여느 때처럼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현장에 나와 각자 맡은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두툼한 패딩 등으로 중무장한 다른 직장인들과는 달랐다. 귀마개, 털장갑 등 방한용품을 착용한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은 차림이었다. 목 뒤쪽에 핫팩을 붙인 이도 있었다.
자재를 정리하던 A(54) 씨는 "우리(건설노동자) 같은 사람들은 내복 입고 핫팩 붙이는 것 외에 방법이 별로 없다"면서 "작업에 방해되니까 두꺼운 패딩이나 장갑도 사용하지 못하고 목도리 같은 것도 걸리적거려서 못 두른다"고 말했다.
공사장 한쪽에는 드럼통에 나무를 넣어 만든 모닥불이 있었다. 휴식 시간에 잠깐 몸을 녹일 용도로 보였지만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다른 근로자 B(55) 씨는 "콘크리트 보온 양생 때문에 불은 항상 필요하다"면서 "겨울에 아무래도 손이나 몸이 굳다 보니 다른 계절보다 사고가 잦다. 매일 아침에 작업 시작하기 전에 다들 안전하게 일하자는 말부터 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무렵 마포구의 한 소규모 주유소에서는 직원들이 두꺼운 패딩과 장갑, 검은 마스크로 '완전 무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이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라 손님이 드물었고, 직원들은 추위를 피하려 한쪽 면이 통유리로 된 사무실에 대기하면서 주유하러 오는 차가 있는지 살폈다.
내내 손님이 없던 주유소에 정오께 차 한 대가 들어서자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뛰어나가 기름을 넣은 뒤 손님에게 인사하고 다시 잰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몸을 녹였다.
눈이 많이 내리거나 날이 추우면 음식 배달 주문이 늘어난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추위를 뚫고 오토바이를 몰며 음식을 날라야 하는 배달원들에게는 힘든 시기다.
중구 정동의 한 중국집에서 일하는 배달원 C씨는 "눈이 오거나 춥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보통 주문량도 늘기 마련"이라며 "음식을 싣고 미끄러운 길을 달리다 보면 아슬아슬한 상황도 많다"고 말했다.
C씨는 두터운 패딩 점퍼에 귀마개를 하고 방한화까지 신은 상태였다. 그는 "아무래도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면 칼바람에 춥고 괴롭다"면서 "음식이 불까 걱정돼 빨리 이동해야 한다"며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한낮인 오후 2시께에도 서울지역 기온은 영하 7.8도까지 떨어졌다. 초속 5m 가까운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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