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웹툰 36편 모니터링 결과 성차별 내용이 성평등 내용보다 5배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나윤경)은 27일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웹툰 다수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거나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 일환으로 지난 10월 17~23일 온라인에서 연재되는 인기 웹툰 36편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른 판단이다.
양평원은 "내용 분석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45건으로 성 평등적 내용(9건)보다 약 5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성차별적 내용은 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거나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함과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폭력 행사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양평원에 따르면 A웹툰은 고등학교 성교육 시간 중 피임 기구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학생들이 아무런 맥락 없이 내뱉는 '앙 기모찌(기모치 이이·기분 좋다는 뜻의 일본어)'라는 표현을 통해 여성을 성적으로 희화화했다.
B웹툰은 여성 인물이 옷에 묻은 생리혈을 걱정하자 남성 인물이 자신의 옷으로 가려주는 장면에서, 남성의 친구들이 "아껴뒀다 꺼내먹겠단 소리 같은데"라며 여성을 먹는 음식에 비유함으로써 성적 대상화 했다고 양평원은 지적했다.
C웹툰은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외출 시 반드시 짙은 화장을 하거나, 화장해야만 학교에 가는 여성 인물을 설정했고, D웹툰에서는 여성 인물이 뚱뚱한 외모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놀림감이 된다는 연출을 통해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대목을 엿볼 수 있었다고 양평원은 주장했다.
양평원은 "E웹툰은 여성 인물이 전 남자친구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며 홧김에 여성을 때리는 장면까지 보여줬다"면서 "이는 분명 '데이트 폭력'에 해당함에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전후 맥락은 제시하지 않은 채 폭력에 해당하는 장면만을 나열하여 보여줬다"고 했다.
또 "F웹툰은 여성이 의경으로 복무하는 설정을 통해 조직 내 가혹 행위 및 부조리를 보여주는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 장면 연출 시 폭력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측면을 보여주기보다 여성의 신체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선정적으로 표현하며 성적 대상화 하는 데 치중했다"고 주장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성차별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에 심의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웹툰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기는 구독물로 비판적 사고 결여 시 작가의 편향된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우려가 크다"면서 "작가 창작권 및 독자 선택권을 존중하되 혐오 표현과 성차별적 내용 등이 무분별하게 생산·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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