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사례 등 매뉴얼 제작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법에 명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병원에서 신임 간호사를 폭언·폭행으로 괴롭히는 악습인 이른바 '태움' 관행 등이 논란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무 장소 변경과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취업규칙에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조치 등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줄 경우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천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조항을 두지는 않았다. 노동부는 "최초로 입법화되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 자율적 시스템으로 규율해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갑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 문제가 됐지만, 고용노동부는 처벌 조항이 없어 근로감독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적발해도 사법 처리하지는 못하고 행정 지도를 하는 데 그쳤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엽기 행각이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도 확인됐지만, 폭행 등을 제외하면 사법 처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마련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기준 등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현장에서는 논란이 일 수 있음을 고려한 조치다.
노동부는 판례 등을 검토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사례를 매뉴얼에 유형별로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조사결과, 직장인의 66.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 있다.
이는 노동자 개인의 피해를 넘어 기업 차원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함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산재보상보험법은 산재보험이 보호하는 업무상 질병에 직장 내 괴롭힘과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포함하도록 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