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前총리와 재무장관 대화 기록한 기밀문서 공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1994년 북핵 위기 때 영국 총리와 일부 각료가 미국의 요청을 받을 경우 한국에 군대를 보내는 방안을 개인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28일 영국 런던 국립기록보존소에서 새로 공개된 기밀 문서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1994년은 북한 영변 핵시설과 핵무기 제조 능력을 둘러싼 우려로 북미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이날 공개된 문서 중에는 존 메이저 당시 총리와 케네스 클라크 재무장관이 1994년 6월15일 개인적으로 나눈 대화를 기록한 문건이 포함돼 있다. 메이저 총리의 개인비서인 메리 프랜시스가 나중에 총리로부터 들은 대화 내용을 기록한 문건이다.
프랜시스는 이 문건에서 "총리가 재무장관에게 '북한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당시 대화를 요약했다.
그는 "일정 단계에 이르면 미국이 아마도 우리에게 전쟁 억지를 위해 주한 영국군 파병과 같은 도움을 요청할지 모른다"며 "총리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이런 요청에 동의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재무장관도 (미국의) 요청을 받는다면 영국이 한국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메이저 총리와 클라크 장관의 대화에 앞서 같은 해 6월9일에는 더글러스 허드 당시 외교장관이 메이저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력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국경 지역에 군 병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허드 장관은 이 편지에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와 맞먹는 국제 사회의 대응을 기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마이클 해즐타인 당시 상공부 장관도 이 편지 사본을 전달받았으나, 그는 영국군의 한국 배치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메이저 총리와 클라크 장관의 대화 바로 다음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전격 방문해 같은 해 10월 제네바 합의로 이어질 대화의 씨앗을 뿌리면서 영국군 한국 파병 논의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인다.
짐 호어 전 주북한 영국대사대리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미국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기를 매우 원한다. 이는 한반도 이슈의 경우에도 늘 그렇다"라고 말했다.
초대 주북 대사를 지낸 호어는 "우리는 한국전쟁에 병력을 보냈고 한국의 편을 지지했다. 우리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멤버이자 핵무기 감축을 강력하게 옹호한다"라면서 "만약 워싱턴이 요청했다면 영국이 결국 군대를 보내는 데 동의했을지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