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홍콩 재벌 모임서…"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의 민영기업들에 예상한 것보다 더 춥고, 더 긴 겨울이 도래했다."
중국 청케이그룹(祥祺集團)의 천훙톈(陳紅天·59) 회장은 지난주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과 홍콩에서 사업하는 재벌들의 모임인 '하모니클럽' 회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천 회장은 연설에서 미·중 무역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내년에는 중국 민영기업의 기업주들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회장은 "이번 겨울은 매울 추울 것"이라면서 "예측한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고, 어려움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전쟁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민영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을 의식한 듯, 당국의 약속이 아직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회장은 "나는 정부, 은행들, 그리고 과세 당국이 우리 민영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중앙 정부로부터 민영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며, 사업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솔직히 말해 우리는 아직 그러한 조치들을 많이 갖고 있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천 회장의 이런 발언은 시 주석의 민영기업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민영기업 기업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1월 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민영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은 공유 경제를 주축으로 하되 민영 경제를 함께 운영하는 기본 경제 제도를 운용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우리나라의 민영 경제는 장대해지고 더욱 넓은 무대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은 민영기업에 대해 통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시 주석은 민영기업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금 부담 경감 ▲민영기업 융자 난 해소 ▲공평한 경쟁 환경 조성 ▲정책 집행 방식 개선 ▲당국과 경제계 간 소통 강화 ▲ 기업가 신체 안전 및 재산 보호 등 6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천 회장은 홍콩과 선전 등을 무대로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는 청케이그룹을 창업한 자수성가형 갑부로 하모니 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6년에는 홍콩 빅토리아피크 지역에 있는 9천212 평방피트(약 856㎡) 짜리 초호화 주택을 홍콩 주택 거래 사상 최고가인 21억 홍콩달러(약 3천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2년 창립된 하모니클럽은 홍콩과 선전에서 활동하는 친(親) 중국 성향의 재벌 15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최대 IT(정보통신)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 그룹의 마화텅(馬化騰·포니 마) 회장,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회사인 BYD 그룹의 왕촨푸(王傳福) 회장, '중국의 택배왕'인 SF 익스프레스의 왕웨이(王衛) 회장도 하모니클럽의 회원이다.
회원 가운데 약 80%는 홍콩의 영주 영주권을 갖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자산 규모는 약 4조 위안(약 6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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