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흠집도 괜찮아… 각광받는 리퍼브 제품

입력 2018-12-30 10:30  

[마이더스] 흠집도 괜찮아… 각광받는 리퍼브 제품





5만 원짜리 영양크림 2천500원, 1천 원짜리 마스크팩 99원…. 이는 최근 국내의 한 리퍼브(refurb) 쇼핑몰이 판매한 화장품 가격이다. 파격적인 가격이 입소문을 타면서 5t 트럭 5대 분량의 물량이 두 달 만에 동났고, 쇼핑몰 회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쯤 늘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격은 부도 난 화장품 업체로부터 상품을 들여온 덕에 가능했다.
불황의 여파로 알뜰해진 소비자들이 리퍼브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이 가격 부담이 적은 상품을 선호하는 것도 리퍼브 상품의 인기에 한몫 한다.
누군가 사용했던 중고품과 구별되는 리퍼브는 '새로 꾸민다'는 뜻의 'refurbish'를 줄인 말이다. 이월 제품, 매장 전시품, 고객의 변심으로 배송 직후 반품된 제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제조·유통 과정에서 흠이 난 제품, 폐업한 회사의 재고품 등이 리퍼브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품질엔 이상이 없지만 가격이 많게는 90% 이상 저렴하다.
리퍼브 시장은 가전·가구 위주로 형성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 패션, 생활용품, 식품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대형 업체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최근 가구 업계에서는 새로운 소비 창출을 위해 리퍼브 마케팅을 전개하는 곳이 늘었다. 홍보용 촬영에 쓰였던 제품, 단종된 제품 등을 자사의 리퍼브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가구업체 까사미아는 정상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파는 리퍼브 매장을 신세계아울렛 시흥점과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시켰다. 이곳에서는 400만 원대 4인용 소파를 50% 할인된 가격에 팔며, 6인용 원목 테이블은 40%나 저렴하다. 리퍼브 상품이지만 품질 유지에 힘써 매장에 비치되면 일주일도 안 돼 팔린다는 게 까사미아 측의 설명이다.
헬스케어 업체 바디프랜드도 서울 압구정동에 도심 속 할인을 표방한 리퍼브 매장을 열고 알뜰 소비자를 공략하는 중이다. 고가의 안마의자도 여기선 반값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리퍼브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 매장이 요즘 크게 늘었다. 특히 경기도 용인, 남양주, 고양, 파주 등 수도권에 속속 들어서며 2017년 100여 개였던 리퍼브 전문점은 2018년에 300여 개까지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표적인 경기도 파주의 올랜드아울렛에선 김치냉장고, TV, 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이사나 결혼을 앞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2018년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760억 원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용인의 리퍼브 가구점 SI퍼니처도 2018년 11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억7천만 원을 기록했다. 이곳에선 판로를 못 찾은 재고품 등을 반값에 판매한다.
경기도 고양의 리퍼브 의류점 '킴스닷컴'에서는 30만 원짜리 코트를 3만 원에, 10만 원짜리 원피스를 1만~2만 원에 살 수 있다. 박흥식 킴스무역 사장은 "불황에 폐업하는 회사가 많다 보니 이들로부터 재고품이 많이 들어와 새 옷인데도 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곳은 젊은 1인 가구 사이에서 인기가 폭주하며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리퍼브 인터넷 쇼핑몰이다. 대표적인 곳은 '떠리몰'로,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을 원가 대비 최대 95% 깎아주며, 화장품 등도 90% 이상 싸게 판다. 그 결과 2년 전 100명도 안 됐던 떠리몰 회원 수는 2018년에 약 8만 명으로 늘었으며, 매출도 매달 60% 넘게 급증하는 중이다.
그밖에도 '이유몰'은 회원이 전년보다 50%가량 늘었고, '임박몰'은 월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2018년 리퍼브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0% 성장한 10조 원까지 확대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추산이다.
하지만 리퍼브 제품을 구매할 때는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반품이나 환불이 어려울 수 있고, 생각보다 하자가 클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가전이나 가구 등은 제품 설명과 사후 서비스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식품이나 화장품 등은 유통기한을 잘 살펴야 한다.
한편, 경기 침체로 리퍼브 시장이 인기를 끌지만 불황이 너무 심화되고 길어지면 이 시장 또한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도 업체가 늘어 쏟아져 나오는 제품을 리퍼브 업체가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소비자들 역시 주머니가 더 얄팍해져 아무리 싸도 구입을 꺼리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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