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손맛 준비됐나요?" 겨울축제 진수 내달 5일 개막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강원도 최전방 화천군에서 가장 '핫'(hot)한 겨울축제가 열린다.
접경지 산골마을 '한기'로 꽁꽁 얼어붙은 화천천 얼음벌판은 매년 겨울만 되면 산천어 손맛을 맛보려 '구름 관중'이 몰린다.
글로벌 축제로 성장한 화천산천어축제는 내년 1월 5일부터 27일까지 23일간 이곳에서 펼쳐진다.
올해 16회째 맞는 산천어축제는 지난 22일 사전 이벤트로 스타트를 끊었다.
야간에 불을 밝히는 선등거리와 실내얼음조각광장, 산타우체국 본점은 조용한 산골마을을 축제도시 열기로 채우고 있다.
◇ 인구 2만7천 산골마을 기적…글로벌 축제도시가 되다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겨울축제를 만든 화천군은 인구 2만7천 명에 불과한 초미니도시다.
변변한 산업 기반은 물론 그 흔한 철길도 없는 그야말로 군사도시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매년 겨울만 되면 화천 전체 인구의 50배를 훌쩍 넘긴 100만 명 이상이 이 작은 마을을 향한다.
6·25 한국전쟁 격전지이자 안보와 평화를 상징하는 화천이 '축제도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2003년부터다.
2000년부터 시작한 낭천얼음축제가 축제 전신이지만, 콘텐츠 다양성이나 경쟁력 부재로 호응을 받지 못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이중 삼중의 규제와 한겨울 혹한의 날씨로 가득 찬 냉장도시는 역발상이 변화를 이끌었다.
강추위와 얼음, 각종 규제로 오히려 잘 보전된 자연에서 낚는 '팔뚝만 한' 산천어 손맛은 산골마을 기적을 연출한 일등공신이다.
축제 첫해(2003년) 20만 명이 넘게 몰리더니 2006년 정부유망축제, 2008년 우수축제, 2010년 최우수축제로 급성장했다.
2014년부터 5회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 타이틀을 거머쥐더니, 급기야 글로벌 육성축제로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치러진 '안전축제'는 전 세계 겨울축제 뉴스 메인을 장식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축제 기간 재난구조대 상시 대기와 매일 잠수부를 투입해 얼음두께를 측정, 당일 입장객 규모를 결정했다.
얼음벌판에 1만개가 넘는 낚시 구멍을 뚫는 만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탓이다.
여기에 10년 이상 축제 노하우로 쌓은 결빙과 험준한 골짜기 바람을 이용한 얼음 유지 비법은 큰 자산이다.
축제 슬로건은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다.
전국 축제 가운데 처음으로 입장료 일부를 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산천어를 낚지 못한 관광객에게는 물고기 나눔 통이 슬로건에 걸맞다.
또 전국 아동복지시설 어린이를 초청, 매년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천사의 날' 행사가 나눔 축제를 실현했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배려도 세계축제 명성에 손색이 없다.
서울에서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과 외국인 전용 낚시터와 구이 터, 통역서비스 등이 업그레이드돼 올해 초 열린 축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1만 명(화천군 추산)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체류형 가족축제 지향…침체한 지역경기 활성화가 목표
화천산천어축제는 1박 2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가족축제를 지향한다.
축제가 100만 명이 넘는 것보다 체류하는 관광객 20만 명 유치가 더 중요하다고 할 만큼 지역 상경기를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천군은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의 환경을 바꾸는 데 집중해 왔다.
시대 흐름에 걸맞게 모바일 앱을 통한 실시간 숙박 예약 등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1박 2일 이상 체류를 유도하고자 지역에서 숙박하면 밤낚시나 평일 낚시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선보인다.
또 축제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안팎인 서화산 광장에 '중국 하얼빈 빙등제 축소판'인 세계최대 규모의 실내얼음조각광장을 만들었다.
얼음낚시터 앞 무대에 거대한 눈조각은 일본 삿포로 눈 축제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여기에 산타의 고향인 핀란드 로바니에미시에서 유치한 산타우체국은 철저하게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다.
축제 메인은 2.1km에 이르는 거대한 화천천 얼음벌판 가운데 절반가량 차지한 산천어 얼음낚시터다.
1년 동안 전국 각지 9곳 양식장에서 기른 1년산 무게 250∼500g 이하의 산천어 190t(23일간)이 화천천에 투입돼 관광객과 만난다.
매년 인기가 많은 산천어 맨손잡기는 축제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전망이다.
축제 기간 이벤트로 기상천외한 창작 썰매 콘테스트는 축제 흥을 돋운다.
하늘나르기, 눈썰매장, 봅슬레이, 얼음썰매 등 50여 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풍성하다.
이를 통해 축제는 지역 상경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축제 기간 지역 농민이 내놓은 농산물 규모는 10억원이 넘는다.
어민도 산천어 치어를 입식해 1년간 무게 250g 이상의 싱싱한 성어로 길러내 수익을 챙긴다.
지역 상인들은 축제 기간 대량 유통되는 화천사랑상품권 덕분에 쏠쏠한 재미를 본다.
관광객은 프로그램 이용하면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돌려받아 주유, 식사, 숙박업소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한다.
매년 활용도가 높아져 지난해 15억원에 육박하는 상품권이 유통됐다.
화천군이 축제를 통해 얻는 직접 경제효과가 매년 1천억원, 직·간접 고용효과는 2천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안전하고 지역에 체류하며 잊지 못할 겨울 추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축제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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