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동봉해 용서 구하는 참회의 편지' 보낸 60대 여성의 사연
(양구=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7년 전 길에서 주운 70만원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이제라도 돌려드리고 용서를 빌고 싶었습니다."
17년 전 길에서 주운 현금 70만원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6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28일 양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지역 내 파출소에 현금 70만원이 든 편지 1통이 우편으로 접수됐다.
편지 발신인은 경남 진주에 사는 정모(67·여)씨였다.
정씨는 편지에서 "17년 전 길에서 주운 현금 68만원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고 가져갔다"며 "형편이 어려워 신고를 미루다 보니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버렸다. 돈을 잃어버린 분께 사죄하고 이제라도 용서를 빌고 싶다"고 밝혔다.
편지를 받은 경찰은 십수 년 전 과거 분실신고 접수내용을 확인해 분실물 소유주로 추정되는 5명을 추렸다.
이 중 분실 시간과 장소, 금액 등이 일치하는 김모(43)씨를 찾아 정씨의 편지 사연을 알려주었다.
김씨는 2001년 4월 11일 양구읍의 한 길가에서 현금 70만원을 잃어버렸다.
그사이 편지 발신인인 정씨는 길가에서 현금 68만원을 발견했다. 2만원은 바람에 날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을 발견한 즉시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어야 했지만 정씨는 순간 망설였다.
당시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면서 형편이 어려웠던 정씨는 주운 현금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신고할 생각이었지만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차일피일 늦어졌다. 그렇게 17년이 지났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정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살았다.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씨는 돈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사죄하고 싶은 마음에서 경찰서에 편지를 보냈다.
경찰을 통해 정씨의 편지와 현금 70만원을 받은 김씨는 아무런 조건 없이 정씨를 용서하기로 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길에서 잃어버린 돈이라서 잊고 살았는데 이제라도 돌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았을 정씨를 생각하니 현금 취급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전했다.
경찰은 "주운 현금은 곧바로 경찰관서에 신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점유물 이탈 횡령죄가 된다"며 "공소 시효(5년)도 이미 지난 데다 정씨가 용서를 구하고 분실물 소유자인 김씨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만큼 두 사람의 용서와 화해로 훈훈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31일 오전 양구경찰서 서장실에서 분실물 소유자인 김씨에게 70만원을 전달하고, 정씨와 전화 통화를 연결해 용서·화해의 자리를 주선할 방침이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