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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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한국 주력산업의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에 대해 종속적 거래관계를 바꾸고 수평적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혁신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30일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전자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수직적 종속관계가 과거 효율적인 공급망과 안정적 판매처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개방형 혁신 등 패러다임 변화에서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복점구조인 전자산업과 수요독점구조인 자동차산업에서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사업을 위탁하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원가계산서, 여타 거래처 정보 등 기업경영정보를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등 경영간섭을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경영간섭은 최근 사회경제적 문제가 된 '갑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가 국내외 다른 업체와 거래할 경우 기술유출을 빌미 삼아 직간접으로 통제함으로써 협력업체의 납품선 다변화를 통한 대형화와 국제화를 제약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8일 업무보고에서 수조원대의 자금과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대기업의 부품사들에 대한 경영간섭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협력업체들이 조립역량은 우수하나 패러다임과 구조변화에 따른 대응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전자, 자동차산업 연구개발 투자는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도하고 있고, 자동차부품 수출의 70% 이상이 해외 진출 국내기업 현지공장 조립용이라는 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의 대형화도 대기업에 대한 납품에 의존해 이뤄짐으로써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성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설계도에 근거한 단순 조립활동에 매몰돼 원가절감을 위한 공정혁신 외에는 이렇다 할 혁신역량이 부족하고 부품 고부가가치화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은 원가상승과 경쟁 심화로 인한 가격하락분을 정책단가 인하를 통해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보니 중소 협력업체는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 시달리고, 이는 다시 우수인력 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선진국 기업들도 협력업체들에 대한 단가인하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초기비용보다 감소한 원가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납품대금과 관련한 중소협력업체의 자금난 문제도 경쟁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기업은 1차 협력업체에 현금지급이나 상생결제시스템을 통해 납품 대금을 1주일 내에 지급하고 있으나 1차에서 2, 3차로 이어지지 않아 중소협력업체들은 고질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어음을 발행하고 있어 2차 협력사는 어음 만기까지 높은 할인 수수료와 부도 위험을 안게 되고 3차 협력사로의 대금 지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되면서 아래로부터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맹지은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우리가 산업구조를 본뜬 일본은 이미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수평적 협업네트워크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수직적 종속적 거래 관계로는 협력업체가 성장할 수 없고 이는 결국 대기업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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