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검찰 '적폐수사'…장기화 땐 동력 약화 우려

입력 2018-12-30 07:01  

해 넘기는 검찰 '적폐수사'…장기화 땐 동력 약화 우려
특수부 총동원에도 '사법농단 수사' 6개월 넘어서…양승태 내달 소환 유력
삼성 수사도 지속…노조와해 사건 이어 '삼바' 분식회계 수사 본격화
이재수 前사령관 사망 이후 檢수사 비판기류…검찰 "끝까지 공정 수사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가 대규모 인력 투입과 함께 6개월 넘게 진행됐지만, 결국 해를 넘겨 내년 초가 돼서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과거 검찰권 남용 의혹을 규명해보고자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당초 연말까지로 예정했던 활동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검찰의 '적폐청산' 작업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내년 1월 중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가닥을 잡고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초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에 축소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는 6월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사건을 재배당하고 관련 자료 제출을 사법부에 요청하면서 본격화했다.
중앙지검은 특수부 3개 부서 가용 인력에 파견 검사까지 충원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6개월간 총력을 다해 수사를 벌여왔지만, 동원 인력과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외견상 수사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이는 지난달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 임 전 차장의 상급자로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이달 초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팀에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더욱 탄탄히 다지면서 차분히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사법부 수사라는 초유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검찰은 그간 '연내 수사 마무리 필요성'이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받아왔지만, 박 전 대법관 등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오히려 시간 압박의 짐을 덜었다는 평가도 있다.
양 전 대법관의 피의자 소환은 수사 후반부 본격화한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이 유력해 보인다.
검찰 수사는 아니지만 과거 검찰권 남용 등 '검찰 내 적폐'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도 활동 종료 시점을 올해 말에서 3개월 연장할 전망이다.
과거사위는 올해 2월 6일 진상조사단 출범 이후 활동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한 바 있다.
10월 2차 연장 때 활동 기간을 내년 2월 초까지로 정할 수 있었지만, '연내 조사 마무리'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종료 시점을 연말로 못 박은 바 있다. 당시 위원회 내에선 조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용산참사,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 등에 대한 조사가 조사팀 변경 등을 이유로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결국 불가피하게 활동 기간이 새해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 사건을 비롯해 장자연 사건 등 사회의 관심이 쏠린 의혹 사건의 조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전 정부 '적폐 수사'와 병행해 진행됐던 검찰의 삼성그룹 관련 수사 역시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9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전·현직 임직원을 기소하며 1차 수사를 마쳤고,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 노조와해 의혹 수사를 마무리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달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새해 본격적인 수사 진행을 예고한 상태다. 이 회사 분식회계가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불법 가능성을 알고도 실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총수 일가를 포함한 그룹 수뇌부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적폐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수사 동력이 이전보다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 검사 출신 인사는 "민생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전 정권이나 대기업 관련 수사가 길게 이어질 경우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게 돌아서며 역풍이 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이미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적폐 수사에 강한 비판과 공격이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가 검찰로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과 야당을 중심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과 '블랙리스트 의혹' 등 주장을 잇달아 펴고 있어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여하에 따라 남은 적폐 수사의 동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주어진 여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수사를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끝까지 흔들림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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