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교착 해소·비핵화 로드맵 도출에 '중재자 文' 역할 주목
북미정상회담 성사 후 김정은 답방 시 남북경협 등 속도 붙을 듯
김정은 답방 앞서면 북미성과 추동 불구 남북성과 한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낸 분야 중 하나가 외교·안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금년(2018년)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원년"이라며 "한반도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65년간의 적대적 긴장 관계가 사실상 종식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평가처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를 걷어냈지만,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는 아쉬움 역시 남는 한 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2018년을 목표로 내걸었던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2018년 9월 7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꼼빠스' 서면인터뷰)라고 했으나 교착상태가 길어진 북미 대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 목표 역시 달성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북미 관계 정상화를 견인하는 게 2018년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의 성패를 가늠할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정상은 2018년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북미 적대관계 청산 및 북한 체제 보장 등 큰 틀의 합의사항에 서명하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미국과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 사이의 견해차는 북미 대화를 교착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려면 북미가 교착을 풀고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보는 게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뒤에 이뤄지는 게 문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등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종전선언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이 목표로 했던 종전선언과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이 본격화하려면 북미 양국이 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에 대해 먼저 결론을 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북미협상의 교착 속에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신년 초 조기에 개최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019년 1월이나 2월에 열리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같은 달 20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머지않아 열리길 믿는다"고 하면서 북미 정상이 가까운 장래에 대좌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18년 말 예정됐던 북한 인권 유린 문제에 관한 연설을 취소하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 금지 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은 이런 기대를 현실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으로 평가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도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긍정적으로 점치게 하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친서와 관련한 글을 SNS에 올리면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다시 천명해줬다"며 "비핵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하는 뜻이 매우 반갑다"고 언급했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 및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성장 본부장은 "문 대통령과 정부가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부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총론을 넘어선 각론을 마련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지부진한 북미 대화로 인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마저 결정이 미뤄진다면 김 위원장의 답방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이른 시기'에 추진하기로 한 상황에서 마냥 답보를 거듭하는 북미 대화 추이만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친서와 관련한 SNS 글에서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 한 것도 북측의 결단만 있다면 언제든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미 담판 이전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된다면, 남북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 답방이라는 상징성 측면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또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앞두고 그 성과를 추동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좌우할 북미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그 의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에 집중하기보다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한 북미 간 입장 조율에 공을 들일 공산이 크다.
이런 구도 속에서 청와대의 시선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로 향해 있다.
비핵화 실행 조치와 관련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다면 돌파구가 열리겠지만, 반대의 경우 문 대통령의 비핵화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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