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립고 기간제 교사·여제자 관계 입증자료 묵살

입력 2018-12-30 11:56  

대전 사립고 기간제 교사·여제자 관계 입증자료 묵살
교육청, 입증 자료 확보하고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결국 면죄부
부실 특감에 대전 전교조 "재감사해야"…학부모들도 "이해 못해"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대전시교육청이 지역 A 사립고에서 제기된 기간제교사 성 비위와 관련해 많은 입증 자료를 확보하고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 특별감사에서 기간제교사 성 비위 의혹에 대해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 등을 직접 조사하고, 시험문제 유출 여부도 살폈으나 위법·부당 사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난 28일 감사결과를 밝혔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번 특감 과정에서 기간제교사와 이 학교 여학생 간의 성관계 등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카톡 대화 내용 전체를 입수했다.
해당 여학생이 친한 친구와 나눈 이 카톡 대화에는 "내일도 모텔 가는데…맨날 모텔일까 봐 걱정된다, 쌤이랑…내가"며 "생리를 안 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표현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감사실은 기간제교사와 여학생의 친구들을 불러 학부모 입회하에 직접 조사를 했다.

기간제교사는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했고, 학생들은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
많은 관련 증거를 확보했고, 감사실 관계자들이 이를 모두 열람했는데도 기간제교사와 여학생은 '부인했다'는 이유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 해당 여학생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감사실은 기간제교사와 여학생 친구 학부모 외에도 친구들을 직접 조사한 사실은 숨겼다.
여학생과 부적절한 관계 의혹을 받는 기간제교사는 이 사립학교 법인 설립자의 손자이고, 현 이사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30일 연합뉴스 확인결과 감사실은 카톡 대화 내용 외에도 이 여학생이 "말을 번복해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한 문자메시지까지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관련 문자메시지를 입수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논평에서 "감사를 벌여 증거를 다수 확보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냥 덮었다고밖에 달리 볼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면죄부만 준 꼴'이라거나 '부실 특감'이라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전교조는 "감사실이 정황증거가 아닌 물증마저 외면, 기간제 교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발행해 (지금은 떠나 있지만) 언제든 학교로 되돌아올 수 있고, (여학생을 걱정해 교사에게 알렸던) 친구들은 '허위사실 유포'의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대전에서는 교사가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더라도 둘 다 부인하기만하면 '무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특감과정에서 감사실은 또 시험문제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여학생의 올해 1학기 기말고사 점수가 중간고사 때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시험문제 유출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도 이번 특감결과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면죄부를 발행할 거면 특별감사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설동호 교육감은 감사실에 재감사를 지시하거나, 처음 사건을 인지한 경찰에 관련 증거와 함께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특별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제기된 모든 의혹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jchu20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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