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토르 티메르만, 가택연금 중 65세에 암으로 숨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1990년대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A) 폭탄테러 사건 배후를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은 엑토르 티메르만 전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이 6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국영 뉴스통신 텔람 등 현지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티메르만 전 장관의 형제인 하비에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나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당신을 더 그리워 할 것"이라며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해오던 티메르만이 숨졌다"고 전했다.
티메르만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0∼2015년에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미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작년 말 AMIA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해 이란의 역할을 은폐한 혐의로 체포된 후 가택연금 됐다.
티메르만은 지난 7월 한 화상회의에서 "유일하게 진전되는 것은 내 암이다"라며 건강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1994년 7월 18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AMIA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85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 사건은 아르헨티나는 물론 중남미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AMIA 사건의 진상 조사는 원래 알베르토 니스만 특별검사가 맡았다. 니스만 검사는 2015년 1월 비공개 의회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문회에 앞서 니스만은 이란의 지원을 받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폭탄테러를 저질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터폴을 통해 수배했다.
그는 특히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등이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해 석유를 확보하려고 2013년 양국간 체결한 합의를 토대로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수배령 철회를 시도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티메르만은 당시 이란과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티메르만은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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