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위원회 위원 대상 탄핵 서명 운동…하루 만에 2천명 동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명품시계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던 태국 군부 정권의 이인자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가 반부패위원회(NACC)로부터 면죄부를 받자 태국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반부패 운동가 등은 전날 태국헌법수호협회(APTC)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NACC 위원 탄핵을 위한 시민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APTC 사무총장을 맡은 스리수완 잔야는 "NACC 위원장은 스스로 떨어뜨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시민 2만명의 서명을 받아 반드시 부총리에게 면죄부를 준 NACC 위원들을 탄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 운동에는 하루 만에 2천명 가까운 시민이 동참했다.
앞서 NACC는 지난 27일 쁘라윗 부총리의 공직자 재산신고 고의 누락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위원 8명 가운데 5명이 무혐의 처분에 동의했고 3명은 반대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무려 20여개의 고가 명품시계를 신고 없이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스캔들은 지난해 12월 쁘라윗 부총리가 내각 각료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던 중 따가운 햇빛 때문에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가 팔목에 차고 있던 명품시계와 손가락에 끼고 있던 큼지막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과거 쁘라윗 부총리의 공개 행사 참석 사진을 일일이 확인,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명품시계 24개와 반지 12개를 찾아내 모델과 가격 정보를 공개했다.
파테크 필리프, 리처드 밀, 롤렉스, 랑게 운트 죄네, 오데마르 피게 등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 브랜드의 시계였다.
네티즌들이 추산한 시계 가격 합산액은 대략 2천만 바트(약 6억8천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쁘라윗 부총리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서 시계 22개를 빌렸다가 모두 돌려줬고, 반지 3개는 부총리가 된 후 상속받았다"고 변명했고, NACC는 이런 변명을 모두 인정했다.
쁘라윗 부총리의 '시계 스캔들'은 지난 2014년 쿠데타 직후 개혁과 부패 척결을 부르짖으며 집권한 현 군부정권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군부 최고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군 선배인 쁘라윗 부총리의 직무를 정지시키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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