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사무관이 지목한 구습…"업무 시스템 바꿔야"

입력 2018-12-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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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사무관이 지목한 구습…"업무 시스템 바꿔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청와대·정부 업무시스템에 문제 제기
"부총리·장관 왜 두나…한국은 왜 대통령-장관 보고가 어렵나"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기획재정부의 한 전직 사무관이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 규모 등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 간 소통이 적고 청와대 참모에게 힘이 실리는 구조에서는 행정부 소외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시스템 개혁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주장은 사실 여부 논란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됐던 청와대와 정부 간 불협화음과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초임 사무관의 설익은 '불만'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전날 유튜브 등에서 KT&G 사장교체와 적자국채 발행 규모 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KT&G 사장교체 개입 의혹의 발단이 된 관련 내부문서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현황을 파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적자국채 발행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부 토론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청와대의 '압박'은 정상적인 내부 이견 조율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두 사안 모두에서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청와대의 의도'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해명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결과보다는 이미 곪아버린 정책 결정 과정의 '구습'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 전 사무관은 행정부가 대통령으로부터 소외된 탓에 정책 결정의 무게 중심이 청와대에 쏠려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무자는 세종시, 장관은 서울에서 업무를 보는 탓에 간단한 대통령 보고도 1∼2일 걸리기 일쑤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에게 정책 주도권을 빼앗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악관 옆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미국의 재무부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은 왜 이 당연한 것이 안 되는가"라고 토로했다. "이럴 거면 부총리, 장관을 왜 두는지 모르겠다"며 반문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그가 경험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행정부 불협화음을 꽤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기재부가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결정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청와대에서 보도 취소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청와대 참모 몰래' 부총리가 대통령 대면보고를 하기 위해 혁신성장 전략회의의 틈을 타 '007 작전'처럼 보고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 확대에 대해) 더 논의를 해보자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보도자료가 배포된 뒤에 취소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폭로가 과거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전 정책실장 간 불협화음과 꽤 닮아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민감한 정부 정책에서 이견을 보이다가 지난달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인 말로 세월호 사태도 업무처리 시스템 부재에서 생긴 일 아닌가.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한다고 하면 이번 정부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며 우려했다.
이어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정권이 아니라 시스템을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폭로가 특정 정권이 아닌 낡고 비효율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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