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권력 교체되자마자 공화당 다수시절 법안 무력화…'셧다운 전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11·6 중간선거 이후 새롭게 출범하는 하원의 개원일인 내년 1월 3일 멕시코 장벽건설 예산을 통째로 들어낸 민주당 표 '패키지 지출법안'(예산안)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 처리하기로 했다.
하원을 장악하자마자 공화당이 다수당 시절인 지난 연말 하원을 통과한 단기지출법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으로, 새 하원이 문을 열자마자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놓고 첫 일전을 치르게 된 셈이다.
특히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이 패키지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나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여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연방정부 운영을 재개시키기 위한 패키지 법안을 발의, 자신들이 '접수'한 새로운 하원이 내년 1월 3일 문을 열자마자 이들 법안에 대한 표결을 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패키지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장벽 예산'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하는 국토안보부 예산의 경우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일단 내년 2월 8일까지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고, 사실상 쟁점이 없는 타 부서들의 예산은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9월 30일까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안보부의 경우 국경 안보 분야 지원에 현행 13억 달러를 유지하되, 장벽건설 예산은 들어가 있지 않다.
단기지출법안과 정상적 지출법안을 조합한 형태이다.
앞서 하원은 지난 20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경장벽 예산 50억 달러를 반영한 긴급 지출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나, 상원의 경우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표결조차 시도되지 못했다.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연방정부는 22일 0시를 기해 셧다운 사태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3일 하원에서 자체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함에 따라 '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 넘어가게 됐지만, 전망은 극도로 불투명해 보인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이 예산안이 큰 어려움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OK 사인'을 주지 않는 한 통과되기가 힘든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국경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예산에는 대통령이 서명할 수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민주당을 압박해왔다. 예산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상·하원에서 같은 내용으로 통과된 뒤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한다.
31일로 열흘째를 맞아 해를 넘기게 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지느냐는 의회 권력 분점 시대의 기상도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양쪽 다 쉽게 물러설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재집권 플랜에 시동을 걸며 재선을 향해 속도를 내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기 대선에서 권력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의 일인자 낸시 펠로시 간 '정면승부'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변이 없는 한 1월 3일 첫 본회의에서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가 '셧다운 결전'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은 "셧다운을 둘러싼 트럼프와 펠로시의 결전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새로운 시대의 첫 번째 큰 전투가 될 것"이라며 펠로시 원내대표로서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자마자 입법 권한의 파워를 입증해야 하는 고위험 승부에 뛰어들었게 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셧다운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전방위적 의회 조사 등 다른 이슈들이 묻힐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집토끼' 잡기 차원에서 장벽 예산 고수 입장을 지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장기화하더라도 이 기회에 전통적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져 재선 기틀을 다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 폭풍 트윗을 날리며 연일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는 것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피해가 확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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