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대권도전…주정부 차원 우주탐사 꿈꾼 '달빛 주지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두 차례에 걸쳐 16년간 주(州) 정부를 이끈 제리 브라운(80) 주지사가 새해 1월 7일(현지시간) 퇴임한다.
브라운 지사는 같은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주지사 당선자에게 바통을 물려주고 5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1950~60년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팻 브라운의 아들인 브라운은 불과 서른여섯 살에 주지사에 당선돼 1975년부터 1983년까지 첫 임기를 소화했고, 28년의 시차를 두고 다시 2011년 주지사에 당선돼 지금까지 8년간 더 재임했다.
그의 이력에는 미국 역사상 여섯 번째로 젊은 주지사이자 최연장 주지사라는 타이틀이 동시에 붙어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그는 법원 로클럭으로 일하다 1970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국무장관을 맡으면서 정계에 데뷔했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를 위한 투표제도 개혁을 주도하면서 명성을 쌓은 그는 1974년 주지사 선거에서 봅 모레티 주의회 의장, 조지프 알리오토 샌프란시스코 시장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11년 만에 가장 젊은 주지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여러 번 고배를 들었다.
주지사 경력을 바탕으로 1976년과 1980년, 1992년 세 차례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첫 번째 주지사 임기 이후 상원의원 선거에도 나섰으나 패배한 그는 고향인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 시장으로 복귀해 정계에 컴백한 뒤 주정부 법무장관을 거쳐 2010년 다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됐다.
주지사로서 그의 두 번째 정치 여정은 첫 번째만큼 화려하지 않았지만 주 역사에 남을 굵직한 결정을 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AP통신은 2015년 브라운 지사가 존엄사 권리를 인정한 법안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어릴 적 주교가 되겠다는 꿈이 있던 브라운은 가톨릭 교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존엄사 법안을 관철했다.
브라운은 법안 서명 당시 "당신이 연장되는 생명의 고통 속에 죽어가야 한다면 무엇을 할지 모르게 될 것이다. 이 법안으로 선택권을 줄 수 있다면 위안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주지사 첫 임기 때 주정부 차원의 우주탐사 계획을 입안하기도 했다.
브라운을 '달빛 주지사'(Gov.Moonbeam)로 부르는 이유다.
1980년 대선에 도전할 당시에는 '지구를 지켜라, 국민에 봉사하라, 그리고 우주를 탐험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는 팔순에 가까워서도 여전히 '이상주의자'였으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않았다고 미 언론은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자 주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대책을 발표하며 맞섰고,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 이민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때도 캘리포니아의 '피난처 도시 정책'을 끝까지 사수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브라운은 최근 "나를 둘러싼 정쟁과 비판, 언론의 질책을 매우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도 "주지사가 된 이후로 단 하루도 편안하게 즐긴 날은 기억에 없다"고 돌이켜보기도 했다.
브라운 지사는 캘리포니아주 콜러사 카운티에 있는 가족농장에서 은퇴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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