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동참해달라" 호소…개인택시 매입연금제 도입 검토
"남북협력 우리가 주도해야"…코레일 감사 후속조치 등 안전대책도 중점 추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동규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발하고 있는 택시업계를 향해 당정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폰의 등장이 기존 핸드폰 시장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순식간에 바꿨듯 어느 날 택시 환경도 급변할 수 있다고 진단한 김 장관은 택시산업 발전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택시산업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새로운 출발점에 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 김 장관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중국·러시아·일본 등과의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국토부 사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숙제를 거의 다 했는데, 카풀-택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카풀-택시 문제를 풀 '묘안'이 있냐고 묻자 김 장관은 "대화"라고 답했다.
그는 "국토부가 지난해 많은 문제를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었다"면서 "택시 문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려고 작년 내내 택시업계를 만나 협의하고 노력해 7월에 거의 합의가 됐었고, 정기국회 전에 단일안을 내서 처리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업계가 처음엔 정부가 내놓은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 도입, 택시 호출 서비스 도입(우버화), 브랜드 택시 도입 등 제안에 긍정적이었지만, 내부 이견으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김 장관은 "택시종사자가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은 사납금제를 중심으로 한 급여체계에 있다"며 "이 때문에 서울 법인택시 절반가량은 기사가 없어 차고지에 서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통계를 예로 들며 "2000년 택시의 하루 운송수입은 9만6천원에서 2016년 15만4천원으로 6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택시기사가 내야 하는 사납금은 7만4천원에서 13만3천원으로 80%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 택시는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215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열악한 상황인데, 일한 시간 만큼 최저임금 수준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자율주행차 개발 등으로 택시산업이 '우버의 도전'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택시 서비스 다양화 등 택시산업의 구조조정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의 등장을 예로 들며 "어느 날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폴더폰이 싹 다 사라지게 되고, 노키아(NOKIA)가 없어지고, 삼성 '애니콜'도 위기를 맞았다가 스마트폰 '갤럭시' 출시로 대응해 다시 세계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택시를 손 흔들어 잡는 식의 지금 같은 택시 시스템은 조금만 지나면 세계적으로도 없어질 것 같다. 이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택시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해결하며 바뀌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버 등을 보면 차량과 IT 플랫폼을 연결해 사전에 예약하고 결제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게 돼 있는데, 우리 택시도 이를 장착하면 굉장히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며 "실제로 이를 도입한 인도에서는 택시운행률이 30∼40% 늘어났고, 싱가포르도 17%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기사들의 수입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택시의 노령화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고령자가 운전하는 개인택시를 사들여 그 비용을 연금 형태로 기사에게 지급하고, 택시는 젊은 사람에게 운행하게 해 운행률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택시업계와 검토하고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택시업계가 우려하는 카풀 차량의 무차별 영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카카오[035720]도 카풀을 하면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분명히 정하게 하고 맞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며 "상생발전 방안을 더 고민해 택시업계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종사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택시단체에서 '사회적 대타협 기구'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탄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북한에도 가고 백두산도 가보고 출세했다"고 기분 좋게 웃은 뒤 "이 사업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문제가 선결돼야 하는 만큼, 북미 대화 속에서 문제가 잘 풀려 사업이 속도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북제재가 풀리면 당장 우리가 들어가서 공사할 수 있을 거로 착각하는데, 공사를 시작하려면 측량을 하고 설계도 하고 준비할 것이 많다"며 대북제재 범위 내에서 해야 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 실무자의 방북 조사 결과 보고를 소개하며 "철도 노선은 반듯하게 왕복으로 잘 돼 있는데, 노반이 우리나라처럼 단단하지 않고 터널·교량도 부실해 그 지점은 시속 10㎞로 간다고 한다"며 "제재가 풀리면 바로 가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제재가 풀리면 우리에게만 풀리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풀리는 것"이라며 "이미 고속철도를 3만㎞를 건설한 경험과 기술이 있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등도 북한 철도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남북교류협력 시대는 열렸는데, 다른 나라가 만든 철로와 열차가 북한을 달리면 진정한 남북교류협력 시대라고 말하기 민망할 것"이라며 "북한과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건설기술 표준화 등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간 설계 기준 차이로 남한 화물차(총중량 43.2t)가 북한 교량(총중량 30t)을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인데, 이런 문제를 표준화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막상 북한의 문이 열렸을 때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시대적으로 주어진 과제를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라며 "자금은 국제기구 등에서 끌어오고 주변 국가와 협력해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중심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BMW 차량 화재 사고 후속 조치 과정을 회상하며 "사실 국토부에 와서 보니 차량결함 관련 업무 환경이 한심할 정도로 열악했다"며 "수십만건씩 쏟아지는 정비 관련 자료를 3명이 분석하고 있어 인력과 조직이 부족해 현재 이를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작년 9월 교통안전공단 내 하나의 부서에 불과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위상을 연구기관으로 격상하고, 독립된 전문연구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KTX 강릉선 탈선 사고와 오송역 단전 사고 등 잇단 철도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대형사고뿐 아니라 자잘한 정비 불량이 끊임없이 나오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며 "감사 결과를 보고 난 뒤 손 볼 부분은 다시 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안전과 관련해서도 김 장관은 "지난해 전체 국적기를 전수 조사해 정비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과 정비시간을 확보하도록 했다"며 "그 뒤로 항공기 고장률이 줄었다"고 소개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경찰과 함께 자동차 속도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노력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1976년 이래 처음 줄어드는 등 성과를 냈다"며 "내년에도 시내 시속 '50㎞존' 확대 및 교통정온화 시설 설치 확대 등 안전을 위한 정책을 중점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sms@yna.co.kr,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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