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조폭 출신 엘리트 기업인과 '왕따' 고교생이 서로 몸이 바뀐다.
설정만 보고 일찌감치 기대를 접고 봤다간 저도 모르게 빵빵 터지는 웃음에 당황할 수 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내 안의 그놈' 이야기다.
한국영화 단골 소재인 조폭 코미디물에다, 등장인물 간 서로 몸이 바뀌는 '체인지업 무비' 장르를 접목했다.
이런 영화의 성패는 배우들이 바뀐 인물을 얼마나 능청스럽고, 그럴듯하게 연기하느냐에 달렸다. 보는 이들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 코미디 영화로서 생명력을 잃는다. 그런 면에서 주연을 맡은 진영과 박성웅 연기는 합격점이다. 웃음 타율이 제법 높다. 연초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한바탕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리기에는 제격이다.
평소 소심하고 내성적인 고교생 동현(진영 분)은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 현정(이수민)을 돕다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진다. 마침 그 밑에 있던 중견 기업 대표 판수(박성웅)는 동현에게 깔리고, 두 사람이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는 몸이 바뀌어있다.
웃음은 황당한 설정에서 나온다. 왕따 고교생 동현의 몸에 들어간 판수는 여러 돌발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평소 동현을 괴롭히던 급우들을 한 방에 제압하는 것. '몸 바뀜'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대리만족의 쾌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쾌감은 잠시. 상황은 꼬일 대로 꼬인다. 같은 반 현정이가 사실은 첫사랑 미선(라미란)과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되자, 판수는 아빠 노릇까지 하려 한다. 현정은 아빠인 줄도 모르고 판수(겉모습은 동현)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해온다.
판수의 몸에 들어간 동현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조폭 경쟁자들의 음모에 빠진 동현은 고교생 특유의 순수함으로 위기를 넘긴다.
보이그룹 B1A4 출신 진영이 동현 역을 맡아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2016년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해 연기돌로 이미 명성을 얻은 그다. 진영은 이 작품에서 특수분장을 하고 '덩치 큰' 동현과 중년 남성 판수의 영혼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진영은 상대역인 박성웅을 연기하기 위해 그가 출연한 영화 '신세계'를 스무번 정도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성웅은 묵직한 카리스마를 던져버리고, 귀여운 고교생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최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10대를 연기한 것은 도전이었다"면서 "제 연기 인생 모토가 도전"이라며 웃었다.
동현 아빠 역의 김광규, 판수의 심복 만철 역을 맡은 이준혁 등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깨알 같은 웃음을 준다. 영화 '조폭 마누라'(2007년)의 각본을 쓰고 '미쓰 와이프'(2016), '육혈포 강도단'(2010) 등을 연출한 강효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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