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부패척결·치안확보 관건…"시장신뢰 회복·생산성 제고 주력"
'트럼프 스타일' 대외정책으로 갈등 유발할 가능성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으로 브라질이 "사회주의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부터 해방됐다"며 부패·범죄 및 부실한 경제 운용과의 전쟁을 다짐했다.
취임식은 오후 2시 45분께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브라질리아 대성당을 출발해 연방의회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방하원에서 취임 선서 등 관련 행사를 마치고 대통령궁으로 이동한 후 대국민 연설을 했다. 이어 22명의 각료 임명식을 하고 나서 대통령궁에서 외교부 청사까지 카퍼레이드했다.
취임식에는 12개국 정상을 비롯해 각국 정부 대표, 외교 사절들이 참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이반 두테 콜롬비아 대통령, 마리오 압도 파라과이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등 우파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남미지역 좌파 정상 가운데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특사)과 최인호 의원으로 구성된 경축 특사단이 참석했다. 특사단은 브라질 신정부 출범을 축하하고 양국 간 우호 협력 강화를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이(자신의 당선)는 브라질을 사회주의와 정치적 올바름, 비대해진 국가에서 해방시키는 일의 시작"이라며 부패와 범죄, 부실한 경제 운용과의 싸움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의 군부독재 시절(1964∼1985년) 이후 처음으로 당선된 우파 대통령이다.
그는 "우리는 경제 위기와 인권의 왜곡, 가정 붕괴 등이 끼친 영향을 떠맡아야 할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범죄자를 옹호하고 경찰을 처벌하는 이데올로기를 긴급하게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민주적 규범을 고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또 "변화와 개혁을 통해 브라질을 재건할 특별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며 새로운 브라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사회와 정부의 진정한 통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거리에 나선 국민의 외침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언급하면서 "브라질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제 분야에서 시장의 신뢰 회복과 시장 개방, 효율성·생산성 제고에 주력하고 정부가 세수 이상으로 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명은 브라질 국기를 어깨에 걸치고 취임식에 참석해 "대장(captain,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육군 복무 시절 계급인 대위를 뜻하기도 함)이 도착했다"고 연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최대 도전과제로는 연금·조세 개혁과 정부지출 억제 등을 통한 재정균형과 성장세 회복, 고용 창출 등이 꼽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경제팀을 꾸렸으며,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에게 정책을 사실상 일임했다. 게지스 장관은 감세와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정부 개입은 줄이고 시장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패 척결과 공공치안 확보 역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일찌감치 '반부패 수사'의 상징적 인물인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브라질에서는 모루 전 판사 등이 주도한 가운데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의 부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라바 자투 수사를 통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 혐의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보우소나루의 자유시장 정책이 브라질의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환경보호론자나 인권단체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정책이 후퇴하거나 총기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경제와 사회 분야를 게지스 장관과 모루 장관에 맡기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대외정책에서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지나치게 따르면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친미(親美)-친(親) 이스라엘 노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중국·아랍권과 마찰을 빚었다. 이에 따라 재계를 중심으로 개인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중국·아랍권과 관계를 소홀히 하면 브라질이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군사정권이 끝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군인 출신으로는 처음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노동자당(PT), 브라질민주운동(MDB) 등 사회민주주의에서 파생한 3개 정당이 주도해온 정치권 판도를 단숨에 바꿔버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방의회에 견고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주요 법안을 다룰 연방하원에서 1당은 좌파 노동자당(56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한 사회자유당(PSL)은 52석으로 2당 지위를 얻었으나 전체 의석수(513석)를 고려하면 10%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자당과 사회주의자유당(PSOL), 브라질공산당(PC do B) 등 좌파 정당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식을 보이콧했다. 민주노동당(PDT)과 브라질사회당(PSB) 등 다른 좌파 정당들은 일찌감치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좌파 연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브라질을 자유롭고 번영된 국가로 변화시키려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새 정부 초반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조세 개혁과 정부지출 삭감 등 인기 없는 정책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정치력을 쏟아붓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로이터제공]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