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차상현(55) GS칼텍스 감독은 표승주(27)를 '고참 선수'라고 부른다.
표승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박정아, 문정원(이상 한국도로공사), 채선아(KGC인삼공사) 등 드래프트 동기들에게는 팀 내에 '언니'들이 많지만, 표승주는 20대 초중반 선수가 주축인 GS칼텍스에서 뛰어 팀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표승주는 "어차피 해야 할 경험을 빨리한다고 생각한다"고 고참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방문경기에서도 표승주는 고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강소휘가 무릎 통증을 느껴 모처럼 선발 출전한 표승주는 42.3%의 준수한 공격 성공률로 12점을 올렸다.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등록명 알리·20점)에 이어 GS칼텍스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다.
경기 전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오늘 고참 선수들이 처음부터 코트에서 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승주는 "감독님께서 많은 말씀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뜻은 알 수 있었다"며 "주로 세트 중간에 코트에 들어서다가 모처럼 선발 출전해 긴장은 했다. 그래도 내게는 기회가 온 거니까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 감독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표승주는 고비 때마다 효과적인 공격을 했다.
후배들을 '적절한 수위'로 혼내는 역할도 했다.
2세트 GS칼텍스가 16-8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세터 이고은이 쉽게 넘겨야 할 공을 서두르다 후위 공격자 범실을 했다.
표승주는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도 이고은의 팔뚝을 툭 쳤다.
표승주는 "컵대회 때에도 (이)고은이가 비슷한 범실을 했다.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의미로 툭 쳤다"고 웃으며 "크게 앞서고 있다고 해도 방심하면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후배들에게 '방심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표승주는 주로 조커 역할을 한다. 후배 이소영과 강소휘 등 젊은 레프트가 선발 출전하고, 표승주가 세트 중반에 들어가 힘을 보탠다.
사실 표승주에게는 아쉬운 선수 기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표승주는 "소영이와 소휘는 정말 좋은 선수다. 그리고 나도 꽤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주전, 백업 등을 구분하며 의식하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나는 전혀 속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후배를 다독이면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젊은 고참' 표승주 덕에 GS칼텍스는 2018-2019시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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