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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풋볼(NFL) 양쪽 모두 스타가 될 만한 자질이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야구와 풋볼을 병행하는 한국계 카일러 머리(22·오클라호마대)가 현재 직면한 고민이다.
머리는 지난해 6월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지명을 받았다.
오클랜드 구단은 오클라호마대 중견수로 51경기에서 타율 0.296, 출루율 0.398, 10홈런, 47타점, 10도루를 거둔 머리에게 계약금 466만 달러를 안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야구가 그의 미래로 보였다.
하지만 머리가 지난해 가을과 겨울, 오클라호마대 풋볼팀의 주전 쿼터백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머리는 오클라호마대를 전미 대학풋볼 최강을 가리는 4강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려놓으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대학풋볼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거머쥐는 등 지난해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머리는 정확한 패싱 능력에 더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쿼터백이다. 그는 던져서 4천361야드, 직접 달려서 1천1야드를 기록했다.
강인한 정신력까지 구비했다. 오클라호마대는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에서 대학 최강 앨라배마대에 34-45로 패했다.
2쿼터 한때 0-28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대추격전을 이끈 머리의 근성은 NFL 관계자들에게 대단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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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구단에 지명됐을 때만 해도 머리는 NFL 유망주로 꼽히지 않았지만, 이제는 1라운드 지명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머리에게 군침을 흘리는 NFL 구단이 늘어나자 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말도 달라졌다.
보라스는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머리가 올해 2월 오클랜드 구단의 스프링캠프에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 이후에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머리다. 선택지가 늘어난 머리는 아직 야구와 풋볼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오클라호마대의 링컨 라일리 감독은 "머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가 되거나, NFL에서 올스타가 될 것"이라며 "단지 선택만 하면 된다. 아니면 둘 다 하거나"라고 말했다.
보 잭슨(러닝백)과 디온 샌더스(코너백)는 메이저리그와 NFL을 병행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둘은 머리처럼 쿼터백이 아니었다.
팀 전술의 지휘관 역할을 하는 쿼터백으로 뛰면서 야구를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머리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해야 한다. 야구와 풋볼, 양쪽 모두에서 스타덤에 오를 자질을 충분히 갖춘 그이기에 한쪽을 포기하기가 더욱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풋볼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의 오클라호마대 1년 선배이자 역시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인 쿼터백 베이커 메이필드는 지난해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메이필드는 클리블랜드와 보장액 3천268만 달러 규모의 4년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NF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2순위 지명자인 쿼터백 라마 잭슨(볼티모어 레이번스)도 계약금으로 757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머리가 풋볼을 선택한다면 일단 800만 달러 안팎의 계약금을 손에 넣는 것은 물론 첫 시즌부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야구 쪽은 훨씬 팍팍하다. 계약금 규모도 작은 데다 언제 콜업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뎌야 한다.
타고난 재능을 갖추고도 끝내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사라지는 유망주의 운명이 머리에게 찾아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반대로 부상 위험이 적고 안정적으로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야구를 택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많다.
머리는 키가 178㎝에 불과하다. NFL에서는 극도로 왜소한 체격이라 풋볼보다는 무키 베츠, 호세 알투베 등 작은 체격에도 성공 사례가 많은 야구가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머리가 과연 NFL로 진출할지, 아니면 오클랜드에 가서 야구를 할지, 야구계에서도 풋볼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머리가 풋볼을 선택한다면 이달 중순까지는 NFL 신인 드래프트 참가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머리는 한인 3세다. 그의 외할머니가 한국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외할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결혼 전에는 '미선'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썼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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