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해병대 협조 얻어 비양도 '환경훼손' 염소 수백마리 포획 나서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천년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 비양도가 반(半) 야생이 돼버린 흑염소 무리 포획 작전으로 지난해 말부터 시끌벅적하다.
제주시는 지난달 중순부터 비양도 환경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된 염소 무리 포획에 나섰다.
최근 비양도에 방목 상태로 서식중인 염소는 최대 150여 마리로 추정되나 당국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17일께 야생화한 염소들을 가둬 키울 울타리 시설을 마련하고 먹이를 이용한 유인작전에 돌입했다.
50마리 가량이 먹이에 호기심을 보이며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지만, 나머지 염소들은 울타리 근처로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급기야 제주시는 해병대의 협조를 얻어 나머지 방목 상태의 흑염소들에 대한 대규모 포획작전에 나섰다.
그물과 뜰채를 이용한 포획 작전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9시에 시작됐다. 해병대원 98명과 제주시 농수축산경제국, 한림읍 공무원 50여명이 투입되는 꽤나 규모가 큰 작전이었다.
군병력 수송을 위해 관광객들의 입도도 금지됐다. 한정된 배편과 좌석 수로 인해 관광객의 탑승을 통제한 것이다.
대규모 인원이 투입됐지만 작전은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염소들은 생각보다 재빨랐다. 작은 염소는 뜰채로 옮겼지만, 큰 염소의 경우 성인 남성 여럿이 포획해 나무봉에 다리를 묶어야 겨우 옮길 수 있었다.
포획한 염소는 새로 설치한 울타리 안에 가뒀다.
이날 포획한 염소는 50여마리에 그쳤다.
제주시는 4일 다시 한번 해병대원 98명과 공무원들을 투입해 나머지 염소들에 대한 포획에 나설 계획이지만 염소 무리를 모두 울타리 내로 들여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비양도에 염소가 들어온 것은 1975년 한림수협이 도서지역 소득사업 일환으로 가구당 1∼2마리씩 보급한 게 시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품이 많이 드는 염소 사육을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포획 대상이 된 염소들은 모두 농가 한곳이 방목해 키우는 보양식용 염소들이다. 소나무와 대나무를 먹을 정도로 먹이를 가리지 않고, 연 2회 2∼3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력까지 좋은 염소가 10년이 넘도록 방목되면서 비양봉 정상의 비양나무와 화산송이 등 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방목 염소 무리로 인한 환경훼손 논란이 일자 제주시는 수매를 시도하려 했으나 농가 측이 거부해 한동안 논란은 이어졌다.
최근 사육농가 측이 울타리를 갖춘 사육시설에 염소를 가둬 키우기로 하면서 이번 포획작전이 전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제주시 한림읍 서북쪽에 위치한 인구 100여명의 비양도는 면적이 0.5㎢로 해발 114m의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가 있다. 비양도 분화구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비양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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