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막는다'라는 의미 강맥이는 여성만 참여하는 기우제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어찌야 쓰까? 글씨, 이렇게 비가 안 오믄 모다 굶어죽으란 말인디. 긍께 말이시, 하늘님이 다른 동네로 마실 가분 모양이쟤?"
전남 곡성군 압록마을에서는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뭄이 들면 동네 사람들이 '강맥이'를 했다.
'강맥이'는 '강을 막는다'라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강맥이'가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던 기우제였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으면 술이며 음식이며 잔뜩 싸 들고 강으로 가 돌덩이를 들었다 놓으며 강을 막는 시늉을 하며 한바탕 물놀이를 즐겼다.
사실 강을 막을 수도 없었고 설령 강을 막았을지라도 가파른 산비탈에 있던 논밭에 강물을 끌어다 쓸 수도 없었다.
강을 막는다는 건 신으로 상징되는 현실에 당당히 맞서는 행위였다.
남성을 더 우대하던 시대에 여성들이 신에게 맞서 강을 막는 모습은 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제3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받는 등 동시·동화를 짓고, 지금은 섬진강 도깨비 마을 촌장으로 활동 중인 김성범 작가는 그림책 일러스트 맡은 박희연 화가와 함께 '강맥이'에 직접 참여했던 할머니들을 찾아가 이야기 듣고, 그림책으로 엮었다.
곡성군은 오는 1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섬진강 도깨비 마을에서 '강맥이' 출간기념 북 콘서트를 개최한다.
콘서트에서는 작가의 이야기를 비롯해 알폰 연주, 인형극, 숲속 도서관 책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곡성군 관계자는 "지역을 소재로 한 동화책들이 교과연계도서로 지역의 아이들에게 온전히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맥이를 하면 정말로 비가 내렸을까?
"그날 밤, 동네 사람들이 쥐 죽은 듯 조용히 기다렸어. 귀를 쫑긋 밖에다 세우고 말야."
책 속 내용처럼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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