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 강제결혼 피해 여성 구제하고 '비용 청구' 논란

입력 2019-01-03 17:09  

英정부, 강제결혼 피해 여성 구제하고 '비용 청구' 논란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영국 정부가 해외에서 강제결혼의 피해를 본 여성을 구제하는 데 든 비용을 피해자에게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고 BBC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이러한 피해를 본 82명이 정부 단체의 도움으로 본국으로 돌아왔다.
특히 이들은 항공료와 음식, 피난처 등에 들어간 비용을 정부에 갚기 위해 최대 12차례의 대출을 받아야 했다고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가운데 8명은 외무부로부터 7천765파운드(약 1천99만원)를 대출받았지만 갚은 돈은 3천 파운드에 불과해 4천500파운드 이상이 아직 빚으로 남은 것이다.
지난해 소말리아의 교정 시설에 감금돼 있다 풀려난 여성 4명도 각각 740파운드를 독촉받았다.
만일 청구 금액을 6개월 이내에 갚지 못하면 10%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여권도 돌려받을 수 없어 피해자들이 재정난에 처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정치권과 인권 단체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원 외교특별위원회의 톰 투겐다트 의장은 트위터에 "자신을 보호하는 데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거나 그들이 도움을 청하는 것을 단념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영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의원들이 질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베트 쿠퍼 내무위원회 의장도 "강제결혼은 노예제도"라며 "장관들은 이것을 하루빨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인권 보호단체인 '사우스올 블랙 시스터스'의 창립자 프라그나 파텔은 비용을 계속 청구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했다.
로햄턴 대학의 아이샤 길 범죄학 교수는 "인권 보호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며 비난의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러나 외무부는 강제결혼 구제 자금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피해자를 도와줄 때만 사용됐다며 "이 돈은 공적 자금에서 나왔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다시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명했다.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도 외무부와 내무부가 "강제결혼과 싸우기 위해 매우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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