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동기 측면에서 공익침해행위 신고로 보기 어려워"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자 인정 어렵다는 해석 다수
공익신고보호법 개정안 20건 국회 계류…관련 논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와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을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이슈를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신 전 사무관이 공익신고자인지 아닌지다.
자유한국당은 신 전 사무관을 공익신고자라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신 전 사무관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폭로 내용이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식품위생법, 의료법 등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284개 공익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국민권익위원회, 수사기관, 공익 침해행위 감독기관 등에 신고하게 돼 있는 법상 절차도 따르지 않아서다.
물론 신 전 사무관이 "공익신고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만큼 신고가 이뤄지면 사실관계를 따져볼 여지는 남아있다.
신 전 사무관의 법적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와 별개로, 한국당은 "여당이 공익신고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한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폭로를 반기며 공익신고자와 내부고발자 보호를 앞세웠던 민주당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고 전 이사와 노 전 부장 역시 법적으로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들을 '의인'으로 여겼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내부고발자와 공익신고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호 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20대 국회에 계류돼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20건 중 14건이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대부분 공익신고자를 더욱 폭넓게 보호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개정해 공익신고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신 전 사무관을 공익신고자로 보는 것은 완전히 결이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내용과 동기 측면에서 공익 침해행위를 신고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 및 권력기관과 관련된 공익신고자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박범계 의원은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정안을 적용하더라도 신 전 사무관은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익신고의 내용이 부정부패와 관련된 내용이어야 하는데,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하는 내용은 정책적인 대립에 불과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의 공익 침해행위 규정 방식을 현행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꾸기 위해 개정안을 내놓은 소병훈 의원 역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앞으로 사법기관 등이 더 판단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근거가 부족하고 논리에도 무리가 있어 공익 침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소 의원은 "개정안은 공익신고자를 폭넓게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발의한 것이지, 신 전 사무관의 주장처럼 공익신고로 다루기 어려운 내용까지 보호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조인 출신인 송기헌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서 공익신고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국가 정책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뿐이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부분만 떼어내 문제가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정부 당국 등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국가재정법 혹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사실도 없다"며 "신 전 사무관이 학원 강사로서 유튜브 영상에서 '먹고 살기 위해 (폭로를) 시작했다'고 말한 것도 공익신고의 동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도 이미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20건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공식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 공익 침해행위에 대한 규정, 공익신고자의 범위 등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신 전 사무관의 이번 행동을 '양심적 공익제보' 행위로 규정한 한국당은 관련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양심적 공익제보자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국가정보를 폭로하는 파렴치범으로 매도당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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