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농구 스타 김화순 "아버지 이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으면"

입력 2019-01-03 18:39   수정 2019-01-03 21:05

왕년 농구 스타 김화순 "아버지 이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으면"
1960년 우승 멤버 아버지 금메달 받아…"지금이라도 받게 돼 고맙다"



(고양=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돼 고맙고 다행이죠. 아버님께 가져가 보여드릴 거예요."
한국 축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던 1960년 아시안컵 우승 주역인 고(故) 김홍복 선생의 우승 메달이 가족에게 돌아간다.
대한축구협회는 1960년 대회 우승 기념으로 제작했던 금메달을 전달하는 행사를 4일 연다.
금메달을 대신 받는 사람은 김홍복 선생의 장녀이자 1984년 LA 올림픽 농구 은메달리스트인 김화순(57) 대한농구협회 경기력 향상위원이다.
금메달 수령을 하루 앞둔 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김 위원을 만났다.



김 위원은 왕년의 축구 스타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운동을 하셨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온순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우승한 후 받은 금메달을 반납했다는 '가짜 금메달 사건'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아버지가 워낙 과묵하신 성격이셨거든요."
김 위원이 올림픽 은메달을 따고 돌아왔을 때도 아버지는 '그저 씩 웃고 마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말씀은 안 하셨지만 ('가짜 금메달' 때문에) 한이 맺히셨을 것 같아요. 직접 받으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대신 받아서 안타깝네요."
김 위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메달을 받으면 경남 거창에 있는 가족 납골당에 찾아가 아버지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말수가 적었던 아버지였지만 축구에 관해서는 달랐다고 김 위원은 전했다.
"아시안컵에서 같이 뛰셨던 최정민 선생님, 함흥철 선생님 얘기를 많이 하셨던 기억이 나요. 축구를 정말 사랑하셨던 분이었어요."
김홍복 선생은 은퇴 후에도 축구 대표팀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고 한다.
또 후배 양성을 위해 고향인 거창에 내려가 아이들을 가르쳤다.
김 위원은 수비수였던 아버지의 경기를 직접 본 적은 없다. 다만 주변인들로부터 선수 시절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운동능력이 정말 좋으셨대요. 점프력이나 체력이 엄청나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저도 아버지로부터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운동선수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김 위원의 가족은 3대가 모두 운동선수다.
아버지는 축구선수, 어머니는 탁구선수였으며, 김 위원의 3형제 모두 운동을 했다. 김 위원의 딸 또한 농구선수였다.
그는 운동에 대한 사랑까지 아버지를 닮았다. 국가대표 여자 3X3 농구팀 감독으로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온 지금도 그는 여전히 농구경기를 보고, 농구 기사를 읽는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오래전부터 축구경기 또한 즐겨 봤다고 했다.
"국가대표 시절 제가 달았던 11번은 차범근 선수의 등 번호를 따라 한 거예요. 차범근 선수의 팬이었거든요. 요즘은 손흥민 선수 기사를 꼼꼼히 챙겨봐요."
아버지가 뛰었던 1960년 대회 이후 우리나라가 아시안컵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는 안타깝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이번에는 선배들을 위해서, 후배들이 꼭 59년 만에 아시안컵에서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아마 아버님도 보시고 너무 좋아하실 거예요"라고 말을 맺었다.
trau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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