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심화 필요' 강조, 야당 지자체장 단체 방중 검토
차이잉원 "정부 간 협의 필요·이익 앞세운 경제통일전선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경기 진작을 위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를 제쳐 놓고 경쟁적으로 중국과의 직접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여당 민진당 후보를 꺾고 승리한 지자체에서 특히 활발하다.
이는 통일 공세에 맞서 거리를 두려는 차이잉원 정부와 중국 간의 괴리를 더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잉원 정부도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의) 교류를 심화해야 한다. 시민은 안정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台中시장), "관계를 더 발전시켜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新北시장).
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중국과 대만의 '융합발전'을 역설한 2일 대만 국민당계 자치단체장들은 일제히 이런 반응으로 화답했다.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22개현중 15개현에서 승리했다. 민진당의 지지기반이던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당선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시장은 시 정부에 중국과의 교류를 담당할 전담 팀을 발족시킬 계획이다.
대만해협에 위치하고 있는 펑후(澎湖)현 새 현장 당선자는 취임전인 12월에 베이징을 방문, 중국 정부에 정기교통편을 개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당 자치단체장 15명 전원이 중국을 방문하는 계획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작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 인민들이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이 안겨줄 '배당'을 기대한 결과"(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로 평가하고 차이잉원 정권을 제쳐놓고 대만 야당과 지자체, 민간과의 직접 교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마샤오광(馬曉光)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선거 직후 "대만 동포와 힘을 합쳐 양안 관계가 평화와 발전의 길로 가도록 할 것"이라며 "양안 관계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더 많은 도시가 양안 교류와 협력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해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정부를 상대하지 않고 국민당이나 무소속당선자의 지자체와 직접 교류를 강화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위기감을 느낀 차이잉원 총통은 시 주석의 연설내용이 전해진 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대만의 협의는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앞세워 대만의 기술과 인재를 유인하는 경제적 통일전선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중국과 대만 야당인 국민당에는 2020년 차기 총통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 정권에 대한 지지를 지자체 수준에서 무너뜨리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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