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알릴 청년인턴 늘릴 것…운영요원 파견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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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소개하는 기관으로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스와 많이 비교되지만짧은 기간 이렇게 양적으로 발전한 사례는 세종학당 이외에는 없습니다. 이제 내실화가 필요합니다. 세종학당의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질도 점검하고 국내 인지도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죠."
세종학당재단 강현화 이사장은 지난 3일 서초구 재단 집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세종학당이 이뤄놓은 다양한 사업에 대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강 이사장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회장, 한국문법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대표적인 한국어 교육 연구자다.
20년 넘게 한국어 교육에 대해 연구한 강 이사장은 취임 초반 학교와 제자를 떠나 새로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평생 학교에만 있다가 처음 행정기관에 나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세종학당은 21세기 독립투사와 같다'고 평가해주시는 등 여러 곳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뿌듯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학당재단은 국외 한국어교육과 한국 문화 보급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출범했다. 현재 56개국에 운영 중인 세종학당 172곳을 관리·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7년 3개국 13곳에서 문을 연 세종학당은 현재 그 규모가 13배 넘게 커진 상태다.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는 연간 5만7천여명에 달하고 온라인 학습자는 15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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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이사장은 한류를 바탕으로 외국인들이 세종학당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토대로 한국어 장기 학습자를 길러내고 더 나아가 지한파를 발굴해내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남미 노래가 신나서 계속 듣는 것과 남미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한국 문화에 대해 꾸준히 알아가려면 언어를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장은 "언어를 통해 한국을 알아가고 한국에 대한 기쁨과 실망의 감정이 누적되어야만 지한파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케이팝, 한식도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중요한 도구이지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질 높은 한국 문화를 공유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부연했다.
세종학당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해 강 이사장은 인적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먼저 현재 청년 한국 문화 인턴의 수를 늘리고 세종학당의 행정업무를 담당할 행정요원 파견도 검토 중이다.
그는 "문화 인턴의 경우 국내 대학생들 가운데 한국 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해외에 파견하고 있는데 파견자와 수요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며 "예산이 허락한다면 국제화 업무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국내 청년들을 위해 현지 운영요원도 파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이사장은 "현지 교사 처우에 대한 개선이 없으면 양질의 프로그램과 교육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지 파견 교사들이 자긍심을 가지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 이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수요자 중심의 세종학당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재단 주도의 한국어 교육 정책이 아니라 학습자 개인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유학 한국어, 이주여성 한국어, 비즈니스 한국어 등과 같이 세종학당을 경험한 이후 본인의 진로에 필요한 한국어 교육 과정을 구성해 성공한 한국어 학습자를 만드는 기관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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