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A고 교직원들 "감사 지연되는 사이 인사 불이익당해"
(안성=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 안성의 한 고등학교 교직원들이 교장의 비위를 감사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교육 당국의 칸막이 행정으로 한 달이 넘도록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감사요청을 한 일부 교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4일 안성 A고 교직원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A고 교직원들은 작년 11월 29일 '우리 학교 학교장의 갑질과 부당지시를 고발한다'며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안내된 공직비리신고센터에 민원을 접수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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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들이 고발한 교장의 비위는 다양했다.
이들이 적어 낸 문서에는 작년 초 학교장이 여교사에게 "여자는 난자가 건강할 때 결혼을 해야 한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적혀있다.
교직원들은 이 교장이 2017년 2학기에 부임했는데 당시 아들이 같은 학교 고3 학생이었으며, 자녀를 차에 태우고 교문 안까지 들어와 등하교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학부모들에겐 금지된 행위였다.
이밖에 특수교육부 부원들에 대한 인격침해, 실적 강요, 의전 강요 등 비민주적 학교운영과 공공기물인 학교 구령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고 폭로했다.
A고교 한 교사는 "교장의 행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감사요청 등 민원을 제기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조사를 교사, 실무사 등 교직원 52명에게 한 결과 47명이 지지한다며 서명을 했다"며 "교사 한두명의 불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에 A고교 교장은 "교직원들이 제기한 문제 중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 근무 경력 5년 넘은 교사들의 유예 문제가 있었는데 이걸로 관계가 틀어지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성희롱이라든지, 아들을 차에 태워 등하교시킨 거라든지 등은 교직원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교사들과 문제를 잘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경기도교육청은 이런 민원을 받고도 한 달이 넘도록 안성교육지원청에 '장학 지도'만 지시하고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안성교육지원청은 민원내용 확인차 학교를 방문해 교장면담 등을 한 뒤 '성희롱, 부당지시, 권위주의적 의전 강요, 청렴의무 위반 등에 관해서는 학교장에 대한 감사요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도 '지역교육청에는 고교 감사 권한이 없다'고만 답했다.
'민원인이 감사를 요청한다고 했다'는 이유로 도교육청에 장학 지도 결과를 보고하거나 감사를 요청한다는 등의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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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들은 감사가 시작되지 않자 지난달 31일 도교육청에 재차 민원을 제기했으나, 안성교육지원청의 장학 지도 결과를 받아보지 못한 도교육청은 또다시 고교 감사 권한이 없는 안성교육지원청으로 사안을 이첩했다.
A고교 교직원들은 감사가 지연되는 사이 일부 교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의 칸막이 행정으로 감사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이 학교 또 다른 교사는 "내년도 희망 업무를 제출하고 교내 인사자문위원회에서 교사들 희망대로 업무를 나눴는데 교장이 이번 감사요청 민원과 관련된 교사의 업무를 멋대로 변경했다"며 "보복성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장이라는 자리의 권한을 사적인 소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도교육청도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뒤늦게 감사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도교육청 감사관 관계자는 "안성교육지원청과 협의해 민원내용을 검토한 뒤 필요하면 감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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