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에 소환된다. 전·현직을 통틀어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비극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예정된 수순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영장에 적힌 44개 범죄사실에 공범으로 적시된 피의자 신분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꼭짓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광범위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징용 피해자 민사소송과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이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서 지시하고,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한다. 또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이 사실상 '판사 블랙리스트'이며 최종지시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보고 수사해왔다. 7개월에 걸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양 전 대법관 및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신병처리로 마무리되는 수순이다.
전직 대법관들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넘기며 구속을 한차례 모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국민은 검찰 수사와 법원 내부의 판사 탄핵논의 및 징계를 둘러싼 갈등을 보며 사법부에 실망했다. 사법부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엘리트 판사의 상징이던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숙원이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권한을 남용한 점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옳다. 그는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재판거래 의혹 등의 구체적 사안을 모르며,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일정이 공개된 4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장을 안철상 대법관에서 조재연 대법관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사법부는 '재판 독립'을 지키지 못해 전직 대법원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잘못을 자성하고 사법개혁의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난제들이 쌓여있다. 지난해 말 마련한 법원조직법 개정안부터 국회 진통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법관을 관료화해 사법행정권 남용의 상징이 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 사무를 사법행정회의와 법원 사무처로 이관토록 했다. 하지만 법관이 다수가 되는 사법행정회의 구성과 대법원장의 인사 영향력 유지를 두고 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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