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노벨문학상' 가와바타, 앙드레 말로와 경쟁했다

입력 2019-01-04 15:59  

'일본 첫 노벨문학상' 가와바타, 앙드레 말로와 경쟁했다
아사히, 비공개 시한 만료 스웨덴 한림원 문건 입수 공개
'외국어 번역 작품' 적어 실제 수상 7년이나 늦어져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일본인 최초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설국'(雪國)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가 심사 단계에서 앙드레 말로(1901~1976) 등 세계 유수의 작가들과 경쟁했던 사실이 공개됐다.
4일 아사히신문이 비공개 시한(50년)이 만료된 스웨덴 한림원의 당시 심사자료를 입수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968년도 노벨문학상 후보자는 총 83명이었는데, 그중에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와 사뮈엘 베케트(1906~1989), 그리고 영국 시인 W.H. 오든(1907~1973)이 포함돼 있었다.



그해 심사 단계에서 탈락한 앙드레 말로와 오든은 생전에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 못했고, 희곡 '고도(Godot)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사뮈엘 베케트는 이듬해 노벨상의 주인공이 됐다.
가와바타는 1968년 심사 때 자신의 제자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와 일본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으로 불리는 니시와키 준자부로(西脇順三郞, 1894~1982) 등 다른 일본인 작가 2명과도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일본인 마음속의 정수(精髓)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한 서술적 기교'를 높이 평가해 가와바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특히 한 심사위원은 가와바타가 "일본 문학의 진정한 대표자"라고 말할 정도로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이렇게 가와바타는 아시아에서 인도의 라빈드라나드 타고르(1913년)에 이어 2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됐다.
가와바타는 1961년부터 노벨상 후보에 올랐지만 심사위원이 볼 수 있는 독일어와 스웨덴어 등 외국어 번역작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탓에 후보로 거론되고 실제 수상하기까지 7년이나 걸린 사실도 드러났다.
가와바타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부상한 1961년 당시 일본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된 그의 작품은 1949년부터 시리즈 물로 집필된 '센바즈루'(千羽鶴)와 1935~1947년 연재소설로 선보인 '설국'(雪國) 정도였다.
1965년 스웨덴 한림원은 문학계 인사 등 10명에게 후보로 다시 오른 가와바타 등 일본 작가들에 대한 평을 들었다.
이때 한 일본 문학 연구자는 "(가와바타의) 심리 묘사와 문체가 뛰어나다. 이 섬세하고 근사한 문장을 누가 번역할 수 있을까"라고 했고, 다른 일각에선 "(번역본이 적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림원은 결국 볼 수 있게 번역된 작품이 너무 적어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와바타를 탈락시켰다.
가와바타는 그 후에도 매년 후보 지위를 지킨 끝에 1926년작 단편소설 '이즈의 무희'(伊豆の踊子) 독일어 번역본과 1962년작 소설 '고도'(古都)의 스웨덴어 번역본이 나온 1968년에 가서야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가와바타는 노벨상 수상 후에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제대로 집필 활동을 할 수 없다며 자주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와바타는 자신의 제자이자 소설을 쓰는 급진적 우파 민족주의자로 이름을 떨쳤던 미시마가 45세 때인 1970년 11월 25일 도쿄 육상자위대 총감부에서 할복자살하는 극단적 선택을 한 지 2년 만인 1972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72년 생을 마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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